[한자 뿌리읽기]<224>而(말 이을 이)

  • 입력 2005년 7월 1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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而의 위쪽 가로획(一)은 코를, 그 아래 세로획은 人中(인중)을 상징하며, 나머지 늘어진 획의 바깥은 콧수염을, 안쪽은 턱수염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수염은 남자다움과 힘과 권력의 상징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도 아슈토레스 여신처럼 턱수염을 가진 여신은 이중의 性(성)을 가진 것을 상징하며, 한자에서도 여자(女·여)의 수염(而)이라는 뜻을 그린 H(희롱할 사)로써 ‘놀림’과 ‘희롱’의 뜻을 담았다.

而의 원래 뜻은 ‘수염’이다. 하지만 而가 가차되어 접속사로 쓰이게 되면서 원래 뜻을 나타낼 때에는 삼(터럭 삼)을 더하여 I(구레나룻 이)로 분화했다. 또 I에서의 而가 이미 ‘수염’의 뜻을 상실했기에 의미를 더 분명하게 하고자 頁(머리 혈)로 대신한 須(모름지기 수)로 얼굴(頁)에 난 털(삼)이라는 의미를 그렸다. 하지만 須도 남성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이라는 의미에서 必須(필수)의 뜻을 가지게 되자 다시 표(머리털 드리워질 표)를 더하여 鬚(수염 수)로 분화했다.

수염은 권위의 상징이었기에 수염이 잘린다는 것은 권위의 훼손이요, 힘의 상징인 남성성의 파괴였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는 형벌 중에서 신체의 일부를 도려내는 형벌보다는 가벼웠지만 머리칼을 자르는 곤(머리 깎을 곤)과 함께 수염을 자르는 형벌도 있었다. 이 형벌을 耐(견딜 내)라 했는데, 다른 사람의 손(又·우)에 의해 수염(而)이 잘리는 모습이며, 수염을 잘리는 모욕을 참고 견뎌내야 하는 모습에서 ‘견디다’는 뜻이 나왔다.

길게 자란 수염은 부드러움 그 자체이다. 그래서 z(약할 연)은 길게 자란 성인(大·대)의 수염(而)을 형상화했으며, 이로부터 ‘부드러움’의 뜻이 나왔다. 여기서 파생된 연(연할 연)은 원래 바퀴를 풀로 감싸 덜컹거리지 않게 고안한 시신 운반용 수레(車·거)를 말했는데, 이후 軟(연할 연)으로 변했다.

하지만 (단,천)(시초 단)은 원래 돋아나는 싹과 뿌리를 그려 ‘시초’나 ‘發端(발단)’의 의미를 그렸으나, 아랫부분의 뿌리가 수염과 닮아 而로 변한 글자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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