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폴 앨런과 저우룬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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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라는 이름은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개인용 컴퓨터에 맞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도 그였다. 15일(현지 시간) 혈액암으로 타계한 폴 앨런. 고교 후배인 빌 게이츠와 공동 창업으로 MS 성공 신화를 쓴 주역이었다.

▷시대의 흐름을 앞서간 덕에 앨런은 일찌감치 억만장자가 됐다. 그 막대한 부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쓰면서 동시에 세상을 이롭게 하는 활동에도 아낌없이 쾌척했다. 기타 연주를 즐기던 그가 고향 시애틀의 전설적 기타리스트인 지미 헨드릭스를 기리는 팝컬처 뮤지엄을 지은 게 한 예다. 암 완치 판정을 받은 뒤인 2010년 그는 재산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고, 생전에 과학 교육 야생동물보호 등을 위해 쓴 돈만 20억 달러에 이른다.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팀 쿡이 “우리 업계는 선구자를 잃었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선한 힘을 잃었다”고 애도한 까닭이다.

▷진정한 돈의 가치를 보여준 또 다른 명사가 있다. 홍콩 배우 저우룬파가 15일 영화 홍보차 대만 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재산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 원)의 기부를 발표했다. 그의 한 달 용돈은 12만 원. 옷은 할인매장에서 사 입고 교통수단은 지하철과 버스를 애용한다. 17년 동안 사용한 구형 휴대전화가 고장 난 뒤에야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단 한 푼도 허투루 쓰는 법 없는 톱스타의 남다른 선택이란 점에서 울림이 더 깊다.

▷‘영웅본색’에서 트렌치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쌍권총을 쏘던 저우룬파. 1976년 영화 ‘투태’로 데뷔한 그는 ‘와호장룡’ ‘황후화’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 등 중화권은 물론이고 할리우드에서도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 중퇴 학력으로 1980년대 홍콩 누아르 전성시대를 이끈 그는 재산의 사회 환원을 밝히며 이런 말을 남겼다. “그 돈은 내 것이 아니고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 인생관을 진정한 영웅의 행보로 실천한 셈이다. 이렇게 모인 선한 힘의 연대, 선한 영향력이 이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숨은 힘이지 싶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마이크로소프트#빌 게이츠#폴 앨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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