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나 “페북 친구 넘치는데 늘 허전…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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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분교 준비하는 손미나 씨

올해 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 서울’의 개교를 준비하고 있는 손미나 손미나앤컴퍼니 대표는 수강생들이 인생학교에서 참된 행복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해 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 서울’의 개교를 준비하고 있는 손미나 손미나앤컴퍼니 대표는 수강생들이 인생학교에서 참된 행복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삶을 배우는 학교가 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철학자인 알랭 드 보통이 2008년 영국 런던에 처음 세운 ‘인생학교’다. 행복, 직업처럼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봄 직한 화두를 인문학과 접목시켜 일반인에게 강연한다. 현재 프랑스 파리, 호주 멜버른 등 세계 9개 도시에 분교가 있다. 이 인생학교가 올해 말 서울에 10번째 ‘분교’를 연다. ‘인생학교 서울’의 운영자는 손미나 씨(43)이다.

지상파 방송의 유명 아나운서였던 손 씨가 처음부터 인생학교를 운영하려고 계획한 건 아니었다. 그는 2007년 방송사에 사표를 내고 유럽에 갔다. 마흔을 앞둔 나이에 대책 없이 노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걱정이 많았지만 그는 느긋했다.

“방송 환경이 바뀌면서 아나운서라는 직업의 ‘천장’이 보이는 데다 전문성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총 쏘기에 비유하자면 그전에는 무차별적으로 쐈다면 10년차가 되면서 과녁을 정해놓고 쏴야겠단 생각을 했죠.”

가슴 뛰게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여행. 하지만 현실의 여행은 달랐다. 다른 문화를 접하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여행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유명 관광지로 스케줄을 빡빡하게 메우는 ‘여행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바꾸겠다는 생각으로 여행 관련 에세이와 소설을 쓰면서 관련 사업도 구상했다. ‘손미나앤컴퍼니’를 세워 여행 강의·컨설팅 사업을 시작했다. 단순히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일도 했다. 시각 장애 등으로 여행하기 힘들었던 10명을 뽑아 프랑스 프로방스에 보내주는 ‘여행 선물’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동시에 여행 관련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등 방송인으로서의 특기도 살렸다.

‘인생학교’ 일을 시작한 것도 여행과 무관하지 않았다. 유럽에서 여행 에세이를 쓸 때였다. 한 잡지사의 청탁을 받아 보통을 인터뷰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책을 많이 읽었지만, 결혼해서 애 낳고 살아보니 학교가 나에게 가르쳐준 건 거의 없었다는 그의 말에 크게 공감했어요. 그가 재미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인생학교였답니다.”

얼마 후 보통이 인생학교 서울을 계획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손 씨는 “내가 해 보겠다”고 제안했다. 2013년 말, 인생학교 서울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막바지 개교 준비에 한창인 손 씨는 보통이 만든 프로그램을 뼈대로 하되 이를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강연할 수 있는 연사 영입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 네이버 디자인을 총괄했던 조수용 JOH 대표이사,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쟁쟁한 인사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삶의 지혜를 알려주겠다는 생각이 뚜렷했다.

손 씨는 인생학교 서울을 통해 한국인이 삶의 여유와 만족,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기를 희망했다. 인생학교가 빡빡한 한국인들의 삶에 숨통을 틔워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작 손 씨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남들이 이미 지닌 무기를 나도 가지려 하니까 힘든 거 아닐까요? 세상에는 수십억 개의 삶의 유형이 있습니다. 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나에 대한 탐구를 하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게 행복을 찾는 첫걸음이 아닐까요?”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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