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오명철]인생의 세 가지 불행

  • 입력 2005년 2월 1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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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은 장수(長壽)의 3대 비결로 ‘좋은 아내, 훌륭한 주치의, 젊은이와의 대화’를 꼽는다. 좋은 아내는 원만한 성(性)생활과 섭생(攝生)을 보장하고, 훌륭한 주치의는 건강을 담보하며, 젊은이와의 대화는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것이다.

젊어서 돈을 많이 벌었거나 높은 자리에 올랐던 인사 중에는 쓸쓸한 노후를 보내는 이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좋았던 시절’만을 기억할 뿐 그 후의 ‘고독한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젊어서 잘나가던 사람보다는 나이 들어 존경받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인생에는 3대 악재(惡材)가 있다고 한다. 첫째, ‘초년출세(初年出世)’다. 젊어서 출세한 사람은 종종 독선과 아집에 빠지거나 교만해지기 쉽다. 또 여생(餘生) 내내 과거만을 추억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24세에 올림픽 최고기록으로 베를린 올림픽을 제패했던 고(故) 손기정 선생은 그 후 60여 년 동안 금메달의 영광의 기억과 일장기를 달고 뛰었다는 회한에서 벗어나기 힘들었을 듯싶다. 30대 초반에 ‘황태자’ 또는 ‘소통령(小統領)’ 소리를 들어 가며 대단한 위세를 부렸던 전직 대통령 아들의 행로는 그 후 결코 순탄치 못했다. 50대 중반쯤 인생의 정점(頂點)에 서고, 60대에는 관록으로 대접받으며, 이후 원로로서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인생이 아닐까.

둘째, ‘중년상처(中年喪妻)’다. 40, 50대에 배우자를 잃게 되는 경우로 젊어서 배우자와 갈라서거나 60대 이후 사별하는 것보다 훨씬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자식들이 미처 성장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 일을 당하면 아이들 교육과 결혼은 물론 자신의 삶마저 엉망이 돼 버린다. 이런 봉변을 하지 않으려면 부부가 가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양보하거나 희생하지 말고 부부 위주로 가정을 꾸려 나가는 것이 좋다. 남편이 아내를 존중해 주고, 아내가 남편을 가정의 중심으로 대접해 줄 때 부부가 해로(偕老)할 수 있고, 아이들도 비로소 부모를 섬기게 된다.

셋째, ‘노년빈곤(老年貧困)’이다. 자식들 모두 공부 시키고 결혼까지 시켰지만 재산이 없는 경우다. 젊어서의 고생과 가난은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도 있으나 노년의 빈곤은 노추(老醜)를 가져올 뿐이다. 불행한 일이다. 노년빈곤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해야 한다. 골프와 같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가 아니라 등산, 영화감상, 미술관 순례와 같이 돈 적게 드는 건전한 취미를 가져야 한다. 노년에 허심탄회하게 어울릴 수 있는 오래되고 맛깔스러운 장 같은 친구 또한 필수다. 자리와 비즈니스로 만난 친구는 은퇴와 동시에 멀어지기 마련이다.

어느덧 오십 줄에 접어들어 여생을 생각하게 된다. ‘초년출세’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고 ‘중년상처’는 면했으니 ‘노년빈곤’에만 대비하면 된다. 매일 아침 뒷산에 오르고, 금연 절주하며, 오래된 벗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으로 여생을 대비한다. 필부(匹夫)로서는 최선의 노후대비인 셈이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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