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64〉옛것을 익혀 ‘새롭게’ 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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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새롭다’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보았는가?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할 수도 있다. 맞춤법 원리를 배우려는 지면이다. 어려운 맞춤법을 익혀 올바른 규범 생활을 실천하려는 마당에 ‘새롭다’를 논의하다니. 하지만 익숙한 단어 속 질서를 알아야 맞춤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단어들의 관계를 제대로 보아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관계 안에서 ‘새롭다’가 갖는 특이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문법을 제대로 보는 눈이 생긴다. 유의미한 질문을 하려면 짝을 이루는 단어들을 떠올려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① 지혜롭다, 슬기롭다, 자유롭다, 명예롭다,
향기롭다, 위태롭다, 풍요롭다, 신비롭다
② 새롭다


①, ②의 차이를 발견해 보자. 단어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전 단어들과 관계를 맺고 있어야 의미 전달에 유리하다. ①, ②의 예들 역시 마찬가지다. ①은 원래 있던 ‘지혜, 슬기, 자유 등’에 ‘-롭다’를 결합해 단어를 만들어 이전 의미와 연관지을 수 있다.

그런데 ‘-롭다’가 연결되면서 달라진 점은 뭘까? ‘지혜’는 명사이지만 ‘지혜롭다’는 형용사이다. 품사가 달라졌다는 것은 문장 속의 역할이 바뀌었다는 의미다. ①의 모든 단어가 그렇다. 국어에는 ①처럼 ‘○○롭다’ 구성의 단어들이 많다. 이제 ①의 단어들과 ②의 ‘새롭다’의 차이를 말할 수 있는가?

‘지혜롭다’의 ‘-롭다’에 연결된 ‘지혜’는 명사이다. 명사들은 조사와 만나 ‘지혜가, 지혜를, 지혜와, 지혜보다’로 바뀌면서 문장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다. ①의 ‘-롭다’ 앞에 결합된 단어들이 모두 그렇다. 하지만 ‘새’는 다르다. 현대국어의 ‘새’는 ‘관형사’다. 관형사는 절대로 조사와 만나지 못한다. 언제나 명사 앞에서 명사를 꾸며주는 역할만을 할 뿐이다.

● 새 건물, 새 차, 새 옷, 새 집

더 깊은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롭다’는 명사와 만나서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요소였다. ‘새롭다’를 보면 관형사의 뒤에도 ‘-롭다’를 붙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 수 있는 것일까? 간단히 실험해 볼 수 있다. 관형사를 떠올리고 ‘-롭다’를 붙여 보면 되는 일이다. 국어에는 관형사가 그리 많지 않으니. ‘여러, 순(純), 온갖, 헌, 한, 두, 세, 다른 등’ 어떤 관형사도 ‘새롭다’와 같은 방식으로 단어를 구성하지 못한다. 그러면 거꾸로 가 보자. 혹시 옛말에 ‘새롭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단서가 든 것은 아닐까?

우리 옛말을 볼 시점이다.


500년 전의 우리말 문장들이다. 그 당시에 ‘새’는 조사와 함께 나타날 수 있었다. 즉, 관형사 ‘새’만이 아니라 명사 ‘새’도 있었다. 그렇기에 ‘새롭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세월이 흘러 명사 ‘새’는 사라졌지만 명사가 있던 시기에 만들어진 단어 ‘새롭다’가 여전히 사용되는 것이다. 단어 안에 옛 질서를 그대로 간직한 채로.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맞춤법#새롭다#새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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