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국양]기술자 구인난, 사무직 구직난

  • 입력 2008년 4월 7일 02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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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학교 직원을 뽑기 위해 인터넷에 광고를 냈다. 16명 모집에 400명 넘게 지원했으니 25 대 1의 경쟁률이었다. 문제는 탈락한 지원자 중 상당수가 어느 직장에서도 일을 잘할 수 있는 훌륭한 젊은이들이라는 것이다. 대졸자들의 취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자질을 갖춘 이들을 떨어뜨리고 나서 한동안 이들에게 빚을 진 기분이었다. 정반대로 인천 남동공단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에게서 마땅한 기술자를 찾아 높은 수준의 임금을 약속해도 공장의 위치가 지하철역에서 멀다는 이유만으로 오지 않는다는 등 기술자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대졸자는 고졸자보다 평균적으로 50% 정도 임금을 더 받는다. 동시에 5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임금은 30인 이하 사업장에 비하여 25% 정도 높다. 이러니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대학에 꼭 보내려 하고,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은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만 취직하려 한다. 1993년 20%대이던 대학 진학률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80%를 넘고 있는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이는 전문직 또는 사무직 직장만을 구하려 하고 있어 기술자 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다.

시장요구 못맞춘 교육정책 탓

시장의 요구와 달리 기술자는 줄고 사무직 구직자만 느는 것은 일차적으로 교육정책의 실패 탓이다. 혹시 치열한 대학입시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를 대학 정원을 잔뜩 늘려 해소하려고 했던 정책 발상에서 기인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때가 되었다.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는 정책지표에서 최고전문가 양성은 대학원 교육, 지역개혁인력 양성은 대학 교육, 산업기술자 양성은 전문대 교육의 활성화로 이루겠다고 너무 단순한 설명을 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를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자료로만 여겨져 답답할 뿐이다.

서구 선진국에서 200년간 진행된 산업 발전을 우리는 50년 동안 압축 발전시킨 만큼, 그들이 지난 200년간 겪은 고용시장의 문제점도 우리는 50년 동안 압축해 겪고 있다. 생산의 자동화가 이루어지면, 회사는 숙련된 생산 기술자들을 퇴출시킨다. 국제화가 이루어지면 공장을 외국으로 이전하거나 외국에서 생산한 값싼 제품을 수입하니 생산 기술자는 줄고 서비스 종사자는 증가한다. 통신, 전산 네트워크가 발달하면서 관리 또는 서비스마저 국내외에서 외주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 미국에서는 심야 서비스센터의 운영을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도의 외주업체에 줘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밤에는 인도식 영어를 해야 한다는 농담이 유행할 정도가 됐다.

교육과학기술부, 지식경제부, 노동부로 나뉘어 있지만 교육, 산업, 노동 정책은 상호 정보를 교환하며 공동으로 수립해야 한다. 먼저 정확한 노동 통계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현재 노동부, 통계청과 10여 기관에서 집계되는 통계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수집된 통계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여 산업발전 방향과 이에 따른 고용시장의 변화를 장단기로 나누어 예측할 필요가 있다.

고용시장 요구에 따라 단기적으로 현재의 수요를 충족시키며, 장기적으로 국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정책의 수립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필요한 생산 기술자와 서비스 종사자의 수요, 이상적인 대학, 전문대, 기술계 고등학교 졸업생 수를 예측하고 이를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정원을 결정하고 산업이나 교육기관이 이를 수용하는 하향식 정책 추진은 더는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고용 동향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업에 대한 수요, 수입, 미래 예측 등을 상세히 분석해 소개하고, 해당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기술, 교육 수준 등을 학생들에게 상세히 소개하며 유도하는 미국 노동부의 지혜를 배워야 할 것 같다.

고용수요 정확히 예측-제시해야

정부는 국가 전체의 실업률은 3%대, 청년실업률은 8%대로 발표하고 있으나 실질실업률은 훨씬 높게 느껴지는 현실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이다. 기성세대는 청년층에게 수요와 공급이 비슷한 고용시장을 만들어줄 의무가 있다. 직장을 구하는 모든 젊은이가 서너 곳의 직장에서 고용 제의를 받는 꿈을 꾸어 본다.

국 양 서울대 연구처장·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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