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베스트닥터의 건강학]<3>뇌의 비혈관질환

  • 입력 2003년 4월 20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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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전범석 교수▼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45)는 ‘노’라는 말보다 ‘예스’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낙담해서 찾아온 환자 보호자에게 “최선을 다해 치료해 보자”고 안심시킨다. 그리고 정말 온갖 방법을 동원해 환자의 증세를 호전시키곤 한다.

전 교수는 힘이 넘치는 의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9년 이후 지은 책만 9권이나 되며 2000년 이후 각종 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것만 10건이 넘는다. 93년에는 이 병원 신경외과 김현집 교수팀과 함께 태아의 뇌세포를 파킨슨병 환자의 뇌 속에 이식하는 수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하는 등 그의 이력에는 ‘국내 최초’가 빼곡하다.

―파킨슨병은 어느 정도로 흔한 병인가.

“미국에는 인구 1만명에 16명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환자가 약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교황 요한 바오로2세, 영화배우 캐서린 헵번,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김홍일 의원 등도 모두 이 병 환자다. 그러나 환자 중 3분의 2 정도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왜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는가.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나오는 특정 부위가 손상돼 몸이 떨리고 굳고 느려지는 병이다. 처음에는 주로 몸이 둔해지고 힘이 빠지는 증세가 나타나는데 관절염, 중풍, 디스크 등의 질환으로 오인하고 한의원이나 다른 과를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많은 사람은 늙어서 그렇다고 지레짐작하고 방치한다.”

―그렇다면 파킨슨병 환자도 적절히 치료받으면 낫는다는 말인가.

“완치는 불가능할지라도 약 복용이나 수술 등으로 정상 생활을 가능케 할 수는 있다. 많은 사람은 약 복용 시 위나 간의 독성을 걱정하는데 의사들은 그런 것까지 모두 고려해서 치료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

―파킨슨병은 왜 생기는가.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정확한 발병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자의 고장이 하나의 원인일 수 있고 특정 마약을 복용하면 발병할 수 있다. 권투 선수에게서 ‘펀치 드렁크’가 나타나듯 지속적인 뇌 외상도 발병 원인이다.”

전 교수는 현재 의사들이 파킨슨병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국내의 여건이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진료에 대한 제한이 너무 많습니다. 또 파킨슨병 환자는 몸이 불편한 사람인데 원내 처방을 받으면 진료비의 50%가 본인 부담이고 원외처방전을 받으면 30%만 내도 됩니다. 병원에서 돈벌이를 위해 돈을 더 받는다고 환자들이 생각합니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가 깨지면 치료가 잘 안된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48)는 최근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나 교수는 치매 환자가 “며느리가 돈을 훔쳐갔다”고 떼를 쓰거나 자신의 집에서 “집에 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릴 때 간병인이 환자를 다그치면 오히려 증세가 악화되지만, 대신 감싸고 이해하면 증세가 좋아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보호자들은 환자를 다그치면 기억력이 유지되고 행동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자존심이 상처받아 감정적, 공격적으로 변하기 십상입니다. 치매 환자도 자신의 제한된 뇌세포를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사랑과 이해로 감싸면 말썽 피우는 것이 줄어듭니다.”

그는 나아가서 “모든 사람이 자신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므로 누군가가 잘못을 하면 비난하기보다는 우선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강요하기보다는 이해와 사랑으로 남을 대할 때 갈등이 사라지고 평화가 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환자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의사다. 환자 한 명, 한 명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진료하기 위해 정식 진료시간보다 1시간 앞선 오전 8시부터 환자를 본다.

그의 진료법은 이런 사랑에 미국의 정통 치료법이 결합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나 교수가 94년 개설한 ‘기억장애 클리닉’에서는 미국의 치료 시스템을 도입해 매주 금요일 초진 환자 한 명에 의사 5, 6명이 매달려 2시간씩 진료한다. 이곳은 전국의 신경과 및 정신과 전공의, 심리학과 학생들이 ‘한 수’ 가르침을 받기 위해 몰려오는 교육장이다.

―치매는 치료가 가능한가.

“불행하게도 죽은 뇌세포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없다. 몇 가지 약이 있지만 일부 환자에게 일정 기간 병세를 늦출 따름이다. 단 치료를 받으면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사고를 내지 않고 지낼 수 있으며 우울증, 수면장애 등의 정신적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치매 환자는 집에서 간병하는 것이 좋은가, 사회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좋은가.

“가능하면 주간 보호센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간병을 도맡는 것은 피해야 한다. 또 보호자와 환자 둘이서만 집에 있으면 의가 상하기 십상이다.”

―치매도 예방이 가능한가.

“외국에는 치매 중 알츠하이머병이 가장 많고 뇌중풍 때문에 오는 ‘혈관성 치매’는 적은 데 비해 한국에서는 반반이다. 혈관성 치매는 30대부터 술 담배를 멀리하면서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뇌중풍은 증세가 서서히 진행되므로 젊었을 때부터 자신의 건강에 신경써야 한다. 알츠하이머병은 확실한 예방법은 없지만 머리를 많이 쓰면 어느 정도 예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뇌의 비혈관 분야 명의들▼

▽이병인(52)=1989년 국내 처음으로 간질전문클리닉을 개설하여 난치성 간질환자들에게 전문적인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신경외과팀과 공동으로 간질전문진료팀을 조직, 같은 해에 난치성 간질 환자의 수술 치료에 성공했다. 1994년부터는 매년 연세 간질심포지엄을 개최하여 국외와 국내 간질학자들간 활발한 학술교류를 통해 간질학의 수준을 향상시켰다. 대한간질학회 회장을 지냈다.

▽한설희(50)=치매 연구의 대가로 92∼94년 미국 듀크대 알츠하이머병 연구소에서 교환교수로 재임했다. 지난해 발족한 대한치매학회 초대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1998년부터 매달 한 차례 이상 무의탁 노인 요양시설을 방문해 무료 진료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홍승봉(44)=미국 존스홉킨스병원 간질센터,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 세계 최고의 간질 치료 병원에서 직접 환자를 진료했다. 1994년부터 삼성서울병원 간질센터를 운영하면서 난치성 간질의 완치율을 세계 최고 수준인 90%까지 올렸다. 간질 발작의 분류법을 정립했으며 3차원 다중영상분석법, 관자엽(측두엽) 외 간질 부위를 진단하는 방법 등을 개발했다. 수면장애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정희원(52)=환자의 뇌를 찍은 방사선 영상을 컴퓨터에 입력시킨 뒤 수술하는 ‘영상유도뇌수술’과 수술현미경을 이용한 미세수술 등의 권위자. 수술 중 마취 상태의 환자를 깨워 언어중추, 운동중추를 정확히 확인해 그 부위를 손상시키지 않고 병소만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뇌종양학회와 대한두개저학회를 창설했다.

▽장진우(44)=파킨슨병 등 운동장애질환과 난치성 간질의 수술, 얼굴 경련, 3차신경통, 난치성 강박장애를 수술로 치료하는 뇌정위기능수술에 관한 한 최고수로 인정받고 있다. 뇌의 손상이 전혀 없는 전극자극만으로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심부 뇌자극술을 시도하여 좋은 치료성적을 거두고 있다. 얼굴경련과 간질 등 질환의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기 위해 독자적인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규성(50)=1989년 국내 최초로 해면정맥동 종양의 수술에 성공한 이래 다양한 두개저종양 수술법을 도입했다. 지난 10여년간 150여명의 해면정맥동 종양의 수술을 비롯해 800여명의 두개저종양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 초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주최의 심포지엄에서 강연한 것을 비롯해 국제학회에서 30여차례나 초청받았다.

▽왕규창(49)=소아 뇌 내시경 수술의 최고 권위자. 수술 과정의 모든 가능성에 대해 미리 꼼꼼하게 전략을 짜고 수술실로 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야모야병 환자에게 전두엽 부위에 혈액이 잘 흐르게 하는 독특한 수술법으로 치료율을 높였다. 국제적 권위지에 발표한 논문이 80건을 넘는다. 마라톤 예찬론자로 완주 거리 100㎞의 울트라 마라톤에 도전하기 위해 연습 중이다.

▽정상섭(65)=수학의 3차원 공간 좌표 원리를 이용해 치료하는 분야인 ‘뇌정위기능신경외과학’을 뿌리내렸다. 2000년 동아일보 베스트닥터의 ‘뇌의 비혈관 질환’ 분야 최고 명의로 선정됐다. 최근 연세대 의대를 정년퇴직하고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로 부임했다. 얼굴경련 1500명, 3차신경통 500명, 파킨슨병 400명, 통증관련 200명 등 1만여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대한간질학회 명예회장, 아세아 정위기능신경외과학회 이사, 대한감마나이프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어떻게 뽑았나▼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와 서울대병원 전범석 교수가 뇌의 비혈관 질환을 보는 신경과 의사 중 베스트 닥터로 공동 선정됐다. 신경외과에서는 서울대병원 정희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장진우, 영동세브란스병원 이규성 교수가 엇비슷하게 많은 추천을 받았다.

이는 전국 15개 병원의 신경과, 신경외과, 소아신경과 교수 72명에게 △가족에게 뇌질환 중 뇌종양, 파킨슨병 등 비혈관 질환이 생기면 믿고 맡기고 싶고 △지난 3년 동안 임상과 연구에서 큰 활약을 한 의사를 5위까지 추천 받아 집계한 결과다.

나 교수는 2000년 베스트 닥터와 2001년 베스트 중견의사에서 이 분야 연속 1위를 차지했으며 전 교수는 나 교수와 똑같은 수의 추천을 받아 공동 1위로 부상했다. 신경외과에서는 2000년 수위를 차지한 정상섭 교수가 정년퇴직해서 자리를 옮김으로써 순위의 변동이 많았다. 장진우 교수는 정 교수의 수제자로 2000년 베스트 닥터에는 명함을 내밀지 못했지만 2002년 베스트 중견의사로 선정됐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서울대 소아과 황용승 교수 등 소아신경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을 추천한 의사도 있었지만 소아과 질환은 별도로 다룰 예정이어서 이번에는 제외한다.

뇌의 비혈관질환 베스트닥터
이름소속세부전공
나덕렬성균관대 삼성서울치매
전범석서울대파킨슨병 등 운동장애
이병인연세대 신촌세브란스간질 등 경련질환
한설희충북대치매
홍승봉성균관대 삼성서울간질
김재우동아대파킨슨병
이명식연세대 영동세브란스파킨슨병
정진상성균관대 삼성서울두통
이상건서울대간질
허 균아주대간질
선우일남연세대 신촌세브란스말초신경질환
이명종울산대 서울아산파킨슨병 등 운동장애
이광우서울대근신경계, 척수질환
김재문충남대간질, 치매
김승민연세대 신촌세브란스두통, 말초신경 및 근육질환
김주한한양대간질
장대일경희대말초신경병, 간질, 뇌중풍
김범생가톨릭대 여의도성모치매
이광수가톨릭대 강남성모파킨슨병 등 운동장애
이대희고려대 안암파킨슨병 등 운동장애
박건우
정희원서울대뇌종양
장진우연세대 신촌세브란스뇌정위수술, 파킨슨병
이규성연세대 영동세브란스뇌종양
왕규창서울대소아 뇌질환
정상섭포천중문의대 분당차뇌정위수술
김한규고신대 복음뇌종양
김창진울산대 서울아산뇌종양
김형동동아대뇌종양
김선호연세대 신촌세브란스뇌하수체 종양
조경기아주대뇌종양, 척추질환
홍승철성균관대 삼성서울간질, 뇌혈관질환
김문찬가톨릭대 강남성모뇌정위수술, 파킨슨병
김동규서울대감마나이프 수술
최하영전북대간질
최중언연세대 신촌세브란스소아 뇌질환
임영진경희대감마나이프수술, 뇌정위수술
이 언가천의대 길파킨슨병 등 운동장애
이정교울산대 서울아산간질, 뇌종양
정 신전남대뇌종양
정천기서울대간질, 척수질환
조병규소아 신경외과학
오석전한양대뇌종양
김재휴전남대뇌정위수술
손은익계명대 동산뇌종양, 간질
황충진인제대 일산백뇌종양, 미세신경수술
박정율고려대 안산뇌신경외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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