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안 봐서 좋네”…고정관념 깬 ‘노캐디’ 골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4일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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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의 화산CC는 올해 캐디피와 그린피를 잇달아 인상했다. 지난 달 중순 캐디피를 12만 원에서 13만 원으로, 그린피는 이달 들어 비회원 기준 20만 원(주중)과 26만 원(주말,공휴일)으로 각각 1만 원 씩 올렸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인건비 상승, 토지의 공시지가 인상에 따른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의 증가가 그 이유다. 골프장 이용 요금 인상 추세는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캐디피 13만 원은 이미 대세다. 청탁금지법 이후 자연스럽게 늘어난 ‘n분의 1’ 골퍼와 알뜰 골퍼에겐 우울한 소식이다. 이에 노(NO)캐디 골프(일명 셀프 라운드)와 2인 플레이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골프장 이용료 양극화 시대

골프인구가 밀집해 있고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골프장 이용료는 계속 올라가고 골프인구가 적은 지방 골프장의 이용료는 정체 내지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가 최근 발표한 ‘수도권-호남권 골프장 이용료 비교 분석’에 따르면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1인당 평균 이용료(그린피+캐디피+카트피)는 30만400원(토요일 기준)이다. 5년 전 인 2014년보다 1만6100원이 올랐다.

특히 해슬리나인브릿지GC는 비회원 그린피(주말)가 30만 원으로 5만 원이나 껑충 뛰었고 곤지암CC와 스카이밸리CC는 28만 원과 27만 원으로 각각 4만 원씩 올랐다.

반면 호남권 골프장의 비회원 1인당 평균 이용료는 20만3000원으로 5년 전보다 1만3500원이 내려갔다. 이로써 수도권-호남권 골프장의 비회원 주말 이용료 차액은 6만8000원 선에서 9만8000원 선으로 늘어났다.

서천범 소장은 “수도권과 지방 골프장간의 이용료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골퍼들이 이용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방 골프장으로 일부는 이동하겠지만 지방 골프장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노캐디 등 캐디선택제와 1~2인 플레이를 더욱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캐디 눈치 안 봐서 좋네”

‘골프=캐디의 수발+4인 플레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노캐디로 셀프 라운드를 하면 9홀 기준으로 7000~8000보는 기본으로 걷게 돼, 비용절감은 물론이고 운동효과도 크다. 국내에서 노캐디(캐디 선택제)를 실시하는 골프장은 70여 곳에 이른다. 네이버 밴드 ‘한국골프소비자모임’, ‘셀프라운드 천국’ 등 관련 모임을 통해 노캐디 라운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일본은 전국 2300여개 골프장중 70% 이상이 노캐디제로 운영되고 있다. 캐디 수급난이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도 필연적으로 맞이할 미래다.

지난해 여름 일본 고베지역으로 골프투어를 다녀온 이모씨(58·회사원)는 “캐디동반 라운드에 익숙한 탓인지 첫 날은 골프채 관리하랴, 카트 운전하랴 정신없었다. 하지만 사흘째가 되니 익숙해졌다. 국내에서처럼 캐디에게 양떼 몰리듯 재촉당하지 않아 좋았다”고 말했다.

골프광 차모씨(38·자영업)는 지산CC 퍼블릭에서 노캐디 라운드를 자주 한다. 그는 “18홀 주중 그린피가 4~5만 원대, 주말에는 6~7만 원대다. 인터넷 회원에 가입하면 더 싸다. 캐디 백을 싣고 이동할 수 있는 개인용 전동카트 이용료가 4000원인데, 식음료 비용 모두 합해도 10만 원 안쪽이다. 2인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3월 현재 영업하고 있는 국내 골프장수는 526개(군 골프장 36곳 포함). 올해 새로 개장하는 골프장 수는 15개 안팎이다. 그중 전남 영암군에 9월 개장하는 솔라시도CC는 45홀 퍼블릭 골프장인데, 전 코스를 노캐디제로 운영할 예정이어서 그 성공 여부가 업계의 관심사다.

보조자겸 감시자인 캐디가 없는 셀프 라운드의 주의사항은 여러 가지다. 안전사고를 방지하기위해 앞 팀과의 안전거리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멀리건 남발과 투 볼 플레이(한 자리에서 매번 공을 두 번 이상씩 치는 것), 늑장 플레이, 동반자 레슨 등은 금지사항이다. 또한 과도한 음식물 반입과 지나친 음주 등도 삼가야 한다. 골프는 에티켓 운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안영식전문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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