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惡女’ 하딩 “착한 복서 되려했는데…”

  • 입력 2004년 6월 27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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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반의 스타’에서 ‘3류 복서’로의 전락. 미국 여자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시절의 토냐 하딩(왼쪽)과 지난해 여자프로복싱 데뷔전에서 강펀치를 맞고 주저앉은 그의 모습이 아주 대조적이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은반의 스타’에서 ‘3류 복서’로의 전락. 미국 여자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로 활약하던 시절의 토냐 하딩(왼쪽)과 지난해 여자프로복싱 데뷔전에서 강펀치를 맞고 주저앉은 그의 모습이 아주 대조적이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스포츠계 최고의 악녀’로 통하는 전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토냐 하딩(33). 그의 인생유전이 기구하다.

27일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여자 프로복싱 경기. 하딩이 링에 오르자 팬들은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 전 “이제부터 나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씻겠다”고 다짐했던 하딩이지만 관중은 그가 맞을 때마다 환호했다.

이 경기에서 하딩은 에이미 존슨(22)에게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왼쪽 눈이 감기고 코가 잔뜩 부어 얼굴이 엉망이 된 끝에 3회 1분4초 만에 KO패했다. 대전료는 2만5000달러.

하딩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기 절정의 피겨스케이터. 그런 그가 왜 이처럼 처량한 신세가 됐을까.

발단은 질투심. 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미국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전 남편 제프 스톤을 사주해 라이벌인 낸시 케리건을 습격했던 것. 이 사건의 전모가 들통 나는 바람에 하딩은 미국스케이트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됐고 이때부터 올림픽 금메달 유망주 하딩의 인생은 추락을 거듭했다.

사진기자를 폭행해 물의를 빚었고 술에 취한 채 동거하던 남자친구를 자동차 휠과 주먹으로 마구 때렸다가 입건된 일도 있었다.

하딩의 기행이 이어지면서 주위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싸늘하게 변해갔다. 급기야 생계의 위기에 몰린 하딩은 ‘흥행성 이벤트’에 나가야 했다. 2002년엔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던 폴라 존스와 3라운드 권투 시합을 가졌고 이를 계기로 지난해 2월 프로복싱 선수로 데뷔했다. 데뷔전에선 패했지만 지난해 6월엔 판정승을 거뒀다. 올 초엔 엉뚱하게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마이너리그 경기에 선수로 출전해 화제를 모은 일도 있었다.

세르비아몬테네그로 태생의 젤라나 므르드제노비치(캐나다)와 대전료 60만달러짜리 빅매치를 계획했던 하딩은 이날 존슨에게 패하는 바람에 대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하딩은 “꿈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지만 팬의 사랑을 잃은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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