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 돈만 벌 수 있다면 이념 따지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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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영화 ‘원더랜드 북한’ 만든 在獨 감독 조성형씨

30일 도쿄와 교토를 시작으로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7대 도시에서 개봉되는 북한 다큐멘터리 영화 ‘원더랜드 북한’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성형 감독. 유나이티드피플 제공
30일 도쿄와 교토를 시작으로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7대 도시에서 개봉되는 북한 다큐멘터리 영화 ‘원더랜드 북한’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성형 감독. 유나이티드피플 제공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원더랜드 북한’(러닝타임 109분)이 30일 도쿄와 교토를 시작으로 요코하마,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도시 7곳에서 차례로 개봉된다. 그동안 일본에서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가 상영된 적은 종종 있었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개봉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한국 출신 재독(在獨)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조성형 씨(52). 북한에 들어가 영화를 찍기 위해 독일 국적을 얻은 조 감독은 2014년 9월부터 2015년 4월까지 8개월간 북한 주민들을 만났다.

○ 미국 옷 만드는 北 노동자들, “경제가 제일”

한국에서 상영된 적이 없는 북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본에서 먼저 개봉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영화는 특히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일 정상회담 개최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근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일본에서는 개봉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 한 달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감독과의 대화’ 행사에는 200여 명이 몰렸고 TV아사히,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잇달아 조 감독을 기사화했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조 감독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조 감독은 “지난해까지 남북 관계가 얼어붙어 있던 상황에서 북한 주민들의 소소한 모습을 담은 것이 ‘북한 선전물’처럼 비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상영이 부담이 됐던 것 같다”며 “그러던 중 일본에서 상영 제의를 받아 놀랐다”고 말했다. 일본 배급사(유나이티드피플) 측은 조 감독과 만나 일본인 납북자 송환 문제를 이야기하며 관심을 나타냈다고 한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아베 정권의 최고 관심사이기도 하다.

‘북녘의 내 형제 자매들’이란 한국어 제목을 갖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체제하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조 감독이 찾아가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수영장 관리인, 화가, 공장 노동자들이 “우리 수령님”이라고 외치는 모습이 등장한다. 북한 여성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지 않는 이유에 대해 수영장 관리인은 “제국주의자들이 사회주의 문화를 흐리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공장 노동자들은 미국의 유명 의류 브랜드 옷을 만들고 있다. 옷 라벨에는 ‘메이드 인 노스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인 차이나’로 표시돼 있다.

○ “돈만 벌 수 있다면 이념도 문제 아냐”

조 감독은 “북한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라며 “돈만 벌 수 있다면 이념도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7, 8세 어린이들이 축구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는 것에 대해 “학교에 TV도 있고 간식도 있어 아이들이 집에 가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하는 지도 교사도 등장한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독일로 건너간 조 감독은 2004년부터 다큐멘터리 영화를 촬영해 2006년 독일의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남북미생’, ‘사랑과 약혼, 그리고 이별’ 등 북한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조 감독은 “통일을 위한 ‘선행 학습’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이 북한 관련 마지막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 개최,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등 남북 화해 분위기가 이어져 더 이상 선행 학습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원더랜드 북한#조성형 감독#북한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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