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림픽 전날로 建軍節 옮겨 ‘核 퍼레이드’ 여는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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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통해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건군절은 원래 정규군 창설일인 2월 8일이었지만 1978년부터 김일성이 항일빨치산을 조직했다는 4월 25일로 바꿨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2월 8일로 건군절을 바꾼 것이다. 북한은 이 건군절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을 열기 위해 예행연습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하루 전날이다.

김정은의 의도는 뻔하다. 내부적으로 주민들의 충성을 유도하고 대외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보장받겠다는 무력시위다. 북한은 평양 미림비행장에 병력 1만5000여 명과 장비 200여 대를 동원해 열병식 연습을 하고 있고, 항공기를 동원한 축하비행도 준비한다고 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핵미사일을 대거 등장시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엔 평창 올림픽에 쏠릴 세계의 이목을 ‘핵무장 북한’으로 돌리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평화 올림픽’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정은의 계산은 또 하나의 오판이 될 것이다. 북한의 무력시위를 보면서 전 세계는 북핵·미사일 위협과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목격할 것이고 비핵화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나아가 이것이 경제력에선 한국에 뒤졌지만 군사력에선 앞섰다는 과시욕과 경쟁심의 발로라면 더더욱 오산이다. 북한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대응해 이듬해 세계청년학생축전을 무리하게 추진했고, 결국 ‘고난의 행군’을 초래하는 단초가 됐다.

우리 정부는 어제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에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공동 스키훈련을 위한 선발대를 보냈다. 정부는 이 행사들이 북한의 체제선전에 악용되지 않도록 개최 날짜와 행사 내용 결정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들 행사가 ‘올림픽 축하’가 아닌 ‘건군절 기념’으로 오인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월 8일#조선인민군 창건일#북한 핵보유국 지위 보장#마식령스키장#남북 합동 문화행사#건군절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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