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명문대 키운 한국인 총장… 25년 이어온 사제의 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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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란바토르대 설립 윤순재 前총장, 한국 온 제자들과 뜻깊은 만남

울란바토르대를 몽골 최고 사립대로 성장시킨 윤순재 주안대학원대 총장(왼쪽)이 3일 인천 남구 교내 북카페에서 부인과 함께 울란바토르대 졸업생과 가족들로부터 감사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울란바토르대를 몽골 최고 사립대로 성장시킨 윤순재 주안대학원대 총장(왼쪽)이 3일 인천 남구 교내 북카페에서 부인과 함께 울란바토르대 졸업생과 가족들로부터 감사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몽골에서 졸업할 때 불렀던 노래가 듣고 싶구나, 한번 들려줄 수 있겠니.”

3일 인천 남구 석바위로 주안대학원대 1층 북카페에서 윤순재 총장(57)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이어 잔잔한 노래가 북카페에 울려 퍼졌다. 몽골어로 불린 노래의 제목은 ‘졸업의 노래’. 스승에게 감사하고 석별의 아쉬움을 달래는 내용이다.

목사인 윤 총장은 몽골의 명문 사립대로 자리 잡은 울란바토르대를 설립하고 총장을 맡아 19년간 이끌었다. 이날 그를 찾은 사람들은 울란바토르대를 졸업한 뒤 한국에 유학 중이거나 몽골 정부 또는 국립은행 한국지사에 근무하는 제자들이다. 한국 스승의날과 몽골 어린이날(6월 1일)을 기념해 자녀들과 함께 윤 총장을 찾은 것이다.

몽골 전통의상인 한타즈를 입은 제자들이 노래를 부르자 윤 총장은 감회에 젖은 듯 눈물을 글썽거리며 박수를 쳤다. 이어 65인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울란바토르대와 얽힌 윤 총장의 19년 몽골 여정이 담긴 사진을 다 함께 감상했다. 1992년 울란바토르대 전신인 한국어학당 모습부터 1995년 몽골 교육부 장관 주재의 울란바토르 단과대 설립 인가 심의, 몽골 최대 규모의 대학 체육관과 식당, 2002년 종합대 승격, 축구 농구 에어로빅 태권도 등 몽골 최초로 도입한 클럽 수업 장면 등을 보는 내내 웃음꽃이 피었다. 윤 총장은 한 컷씩 사진이 바뀔 때마다 신나는 목소리로 설명을 곁들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몽골을 방문했을 때 울란바토르대를 찾아 학생들과 대담하는 사진도 있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이 대학을 방문했다. 노 전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한국 문화를 알리는 세종학당이 울란바토르대에 처음 문을 연 이후 전 세계 170여 곳으로 확대됐다. 또 2007년 한국 정부 지원으로 대학에 정보기술(IT) 교육시설인 ‘정보접근센터’가 처음 개설돼 제3국을 대상으로 IT 교육과 한류를 전파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학이 최대 강점인 울란바토르대 졸업생들은 몽골 정부와 국내 대기업 등 각계에 진출했다. 또 몽골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은 현재 4000명가량에 이른다. 자신이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 윤 총장은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3년 몽골 유학생을 돕기 위한 ‘모스타(MOSTA·Mongolian Students for All Nations)를 설립했고 2015년부터 주안대학원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윤 총장은 “울란바토르대는 몽골 90여 개 사립대 중 최고 명문으로 꼽힌다”며 “몽골 최초의 몽한사전과 한몽사전을 10년에 걸쳐 완성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울란바토르대 설립 윤순재 전총장#몽골 명문대#울란바토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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