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닮은 코스타리카… 중남미 한국학 확산 허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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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중미 첫 한국어과 개설… 헨센 코스타리카국립대 총장

“황석영 작가의 소설과 이창동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한국과 코스타리카가 ‘과거와의 씨름’을 통해 정의로운 미래를 갈망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죠. 코스타리카가 중남미 한국학 확산에 허브 역할을 할 겁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에닝 헨센 페닝톤 코스타리카국립대 총장(67·사진)은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그는 단순한 한류 팬이 아니다. 2013년 중미 국가 최초로 한국학과를 개설한 ‘학술 한류’의 전파자이기도 하다. 고려대 부산대 서강대 등 한국 대학과의 학술 교류를 위해 방한한 그는 11일 출국했다.

코스타리카는 카리브 해 인근에 위치한 인구 480만 명의 작은 나라다.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하지만 헨센 총장은 두 나라가 비슷한 문화 배경이 많다며 앞으로 양국 간의 교류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역사적 맥락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은 일본, 코스타리카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식민지 경험’이 과거 청산에 대한 의지와 민주주의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을 가지게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나 일본이 경제 규모나 국제적 영향력은 더 크지만, 코스타리카에선 공통점이 많은 한국을 더 매력 있게 바라본다”며 “중미의 다른 국가에선 중국학과나 일본학과를 주로 개설하지만 우리가 한국학과를 먼저 선택한 이유”라고 밝혔다.

실제 코스타리카는 중미 국가 사이에서도 한류의 인기가 높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뿐 아니라 웹툰 등 콘텐츠 수용 방식이 다양하다. 헨센 총장은 “한류 문화가 들어와 코스타리카의 문화와 지식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며 “지금은 학부만 있지만 향후 대학원 과정도 개설해 깊이 있는 한국학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코스타리카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준비하는 등 경제가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도시화에 따른 빈곤, 환경 문제와 부의 집중 등 양극화 현상도 함께 겪고 있다. “한국이 먼저 경험한 사회 문제와 해결 경험을 코스타리카에 소개해 실제 사회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헨센 총장은 한국에 코스타리카 문화와 학문이 소개된다면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대단한 교육열과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국민의 행복이 지나치게 뒷전에 밀려 있다”며 “행복을 중시하는 코스타리카의 문화가 한국에 소개되면 긍정적으로 기여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코스타리카#헨센 코스타리카국립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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