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창단 2년 만에 K리그 4위 박항서 감독

  • 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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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들이 까보레의 발목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왜 승부차기에 내보냈을까, 왜 키커 순번을 그렇게 짰을까….”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에서 도민구단 경남 FC가 몰고 온 돌풍은 포항 스틸러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승부차기에서 지는 것으로 아쉽게 끝났다. 그러나 박항서(48·사진) 경남 감독의 머릿속에선 여전히 시즌이 계속되고 있는 듯했다. 창단 2년째인 올해 경남은 정규리그 4위(13승 5무 8패)에 올랐다.

● 박항서 감독은 누구
△출생=1959년 1월 4일 경남 산청군
△체격=170cm, 62kg
△출신교=생초초-생초중-경신고-한양대
△프로 데뷔=1984년 럭키금성
△주요 경력
20세 이하 청소년 대표(1977∼78년), 럭키금성 코치(89∼96년), 월드컵대표팀 코치(94년), 수원 2군 코치(97∼97년), 월드컵대표팀 수석코치(2000∼2002년), 아시아경기대표팀 감독(2002년 8∼10월), 포항 수석코치(2003∼2005년), 경남 감독(2005년 8월∼)

스타 선수 한 명 없는 가난한 도민 구단으로는 놀라운 성적을 낸 것이다. ‘만년 코치’였던 그가 비로소 ‘감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휴가 중에도 대학 대회를 찾아 내년을 대비한 신인 선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박 감독을 지난달 30일 서울 송파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 ‘하늘이 내린 선물’ 까보레

경남 돌풍을 얘기할 때 브라질 2부 리그 출신으로 올 시즌 팀에 합류해 17골, 8도움을 올린 득점왕 까보레를 빼놓을 수 없다. 박 감독은 그를 두고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했다.

“올해 초 외국인 선수 영입차 브라질로 전지훈련을 떠났는데 2주가 지나도록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었어요. 기독교인이다 보니 숙소에서 좋은 선수 찾게 해 달라고 기도도 참 많이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를 보다 발견한 선수가 까보레였다. 키 크고, 빠르고, 드리블 좋고…. 그런데 득점 능력은 좀 미흡해 보였다. 그는 코치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 구단 사정에 100% 완벽한 선수는 못 데려온다. 20% 부족한 선수가 맞는다.”

까보레가 다음 시즌에도 경남에 남을지는 알 수 없다. 몸값이 크게 오르면 주머니 사정이 뻔한 경남으로선 잡기 어렵기 때문. 박 감독은 “내 손으로 뽑은 선수가 이렇게 잘 컸는데 다른 구단으로 간다면 왜 섭섭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2인자 리더십, 그리고 김호와 히딩크

2005년 중반 경남 감독으로 부임하기까지 코치 생활만 16년. 그래서 그에겐 ‘2인자 리더십’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지금도 ‘박 코치’라 부르는 사람이 있어요. 나쁘게는 생각 안 해요. 하지만 이젠 감독으로 인정받아야죠. ‘어머니 리더십’이라는 표현도 하는데 코치의 역할은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팀의 1인자로서는 역할이 좀 다르죠.”

김호 대전 시티즌 감독과는 1994년 월드컵,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과는 2002년 월드컵 때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박 감독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지도자다.

“김호 감독께는 무엇보다 기다림과 축구에 대한 애정을 배웠어요. 히딩크 감독에겐 선수지도와 관리 등 전반적인 부분을 다 배웠지요.”

이제 박 감독은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이 앞으로 어떤 모양새를 갖출지 참 궁금하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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