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 갤러거 “한국, 오아시스 때부터 왔어야 했는데”

  • 뉴시스
  • 입력 2019년 5월 20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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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자택 침실·자녀 방 곳곳에 태극기

“메이비 아이 돈트 리얼리 원트 투 노(Maybe I don‘t really want to know)~.”

전날 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자신이 이끄는 밴드 ’노엘 갤러거 하이 플라잉 버즈‘와 함께 공연한 브릿팝 밴드 ’오아시스‘ 출신 노엘 갤러거(52)의 입에서 ’리브 포에버‘가 울려 퍼졌다.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곡이다. 갤러거의 기타 연주에 맞춰 팬들이 함께 불렀다.

밴드 ’오아시스‘의 대표곡으로, 팀 해체 후 갤러거가 콘서트에서 자주 노래하지 않는 곡으로 유명하다. 이전 내한공연 때도 이 곡을 들려줬는데, 이번에 또 불렀다.

20일 서울 삼성동의 호텔에서 만난 갤러거는 “한국에서 (솔로 공연에서) ’리브 포에버‘를 부른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즉석 요청에 따른 것이다. 한국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대단하다. 일본 팬들이 열 받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갤러거는 최근 일본에서 공연한 뒤 18일 한국에 왔다. “원래 잘 안 부르는 곡인데 한국 팬들이 좋아하니까, 오늘 밤에 또 하지 않을까 한다”고 예고했다. 19일 공연 4300석이 순식간에 매진되는 바람에 20일 같은 장소에서 한 번 더 공연하기로 했다.

’리브 포에버‘는 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곡이다. 2017년 5월 맨체스터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25)의 공연에서 빚어진 테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그해 6월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트래퍼드에서 자선 공연 ’원 러브 맨체스터‘가 열렸다. 오아시스의 다른 멤버이자 노엘의 동생인 리암 갤러거(46)와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42)이 이 곡을 함께 부르기도 했다. 당시 노엘은 나오지 않았다.

테러리스트를 향해 하고픈 말이나,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가 있는지 묻자 노엘은 “음악을 인지할 수나 있는지 모르겠다. 짐승 같고, 짐승처럼 취급을 당해도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자들에게 내 곡을 듣게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했다.

갤러거의 노래 중에서 많은 이들이 함께 부르는 곡은 또 있다. ’원더월‘이다. 갤러거는 자신이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맨체스터시티가 최근 리그 우승을 확정하자, 맨시티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영국에서 국가처럼 많이 불리는 이 곡은 어디서나 합창을 이끌어낸다.

’맨체스터시티 우승‘이라는 말을 꺼내자마자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평소에도 선수들과 매니저들과 잘 알고 지낸다. 그날 경기장에 갔고 좌석에 있는데 우승을 한 뒤 한 관계자가 문자 메시지로 ’라커룸에 와볼래?‘라고 묻더라. 특별히 기뻤던 것은 아홉 살, 열한살 아이들과 함께 갔다는 것이다. ’원더월‘은 90년대부터 내가 나타난 자리에서 많이 불린 곡이다. 그날도 그 곡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갤러거는 록스타답게 내한할 때마다 큰 관심을 받는다. 이번 내한도 작년 8월 이후 약 9개월 만인데, 이래저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도 입국하면서 검정 백팩에 작은 태극기를 꽂고 들어왔다. 일본 공항에서 한국 팬이 자신에게 건넨 태극기라고 했다. “런던 집에 한국 팬들이 건네준 태극기가 많다. 침실, 아이들 방에도 있다.”

갤러거의 생일은 5월29일이다. 이날을 전후로 내한할 때마다 한국팬들은 그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생일 즈음에 한국에 오는 것은 세 번째 같다. 오해를 할 수도 있는데, 선물을 노리고 내한하는 것은 아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너무 감사하고 쿨하고 좋은 일이다. 생일 때 다른 나라에 있다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주지 않았을 것이다. 오직 한국에서만 생일 축하노래를 불러준다. 다른 나라로는 일본 정도”라고 덧붙였다.

갤러거의 한국 사랑은 알아준다. “한국은 항상 오고 싶어하는 나라 중 하나다. 오아시스가 잘 나갔을 때 왜 자주 오지 않았나라는 후회도 된다”고 털어놓았다. 1991년 결성한 오아시스는 1990년대를 풍미했는데 첫 내한은 2006년이었다.

“아직 한국에서 공연을 하지 않고, 일본 또는 동남아에서만 공연했다는 팀이 있으면 한국을 꼭 가보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유럽에서 아일랜드 사람들과 닮았다. ’위대한 정신‘을 가지고 있고, 노래를 좋아하며 정서적으로도 아주 깊다. 그리고 (에너지적으로) 미친 사람들 같다.”

하지만 갤러거는 입 바른 서비스를 하는 그렇고 그런 뮤지션이 아니다. 세계적인 팝그룹으로 자리매김했고 6월 1, 2일 영국 팝계 상징인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앞둔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모른다고 했다. 오아시스의 유일한 라이브 앨범이자 명반으로 통하는 ’퍼밀리어 투 밀리언스(Familiar to Millions)‘는 하루 7만여명씩 2000년 7월 21, 22일 이틀 동안 14만5000명의 관객을 끌어모은 웸블리 공연 실황을 담고 있다.

갤러거는 “영어로 노래하는 팀이 아니고 한국어로 노래하는 팀이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냐” 등 여러 사실에 대해 거듭 물으며 “K팝은 시리얼 이름 같다”고 했다. 그러나 “한국의 보이밴드가 영국사람들 앞에서 한국어로 노래를 부른다니 믿을 수 없다. 와우”라며 크게 놀라워했다.

다른 음악 장르에 대한 갤러거의 반응을 아는 이들이라면 상당히 호의적인 쪽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갤러거는 웸블리에서 공연을 했고 최근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 페르소나‘ 수록곡 ’메이크 잇 라이트‘ 작업에 참여한 에드 시런, 현시점 가장 뛰어난 보컬인 아델, 그리고 일본의 국민 걸그룹 ’AKB48‘에게 독설을 한 적이 있다.

무대에서 별 다른 말 없이 묵묵히 노래만 하는 갤러거가 인터뷰 등에서 독설을 내뱉는 것은, 솔직함으로 무장한 그의 ’로큰롤 정신‘으로 수용하는 이들이 꽤 된다. 록 장르에 대한 애정이 이 장르의 속성으로 치환해 자연스럽게 태도에 묻어난다는 것이다. 독설에도 불구, 갤러거에게 안티팬이 많지 않은 이유다. 자신이 비판하던 시런이 초대권을 보내줘도 되냐고 묻자 ’딸이 좋아한다. 빨리 보내라‘고 했던 그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21세기 비틀스‘ ’유튜브 시대 비틀스‘로 불리는데, 맨 먼저 제2의 비틀스로 불린 팀이 오아시스다. 브릿팝의 부흥기를 이끈 영국의 국민 밴드다. 정규 앨범 7장 모두 발매와 동시에 영국 차트 1위에 올랐다.

미국 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며 세계적으로 70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팔아치웠다. ’원더월‘ ’돈트 룩 백 인 앵거‘ 등 글로벌 히트곡을 여럿 내놓았다. 로큰롤의 역동적인 리듬에 팝의 감성과 멜로디를 조화시킨 오아시스의 음악은 동시대와 후배 밴드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2009년 동생 리암과 불화로 오아시스가 해체했음에도 어린 팬들이 공연장을 찾고 오아시스 노래를 합창한다.

갤러거는 “내가 그들 나이에 썼던 무엇인가가, 태어나기 전에 만들어진 곡에 뜨겁게 열광하게 만드는 무엇이 있는 것 같가”고 여겼다. “시간을 초월한 것이 있을텐데 무엇인지 모르겠다. 그걸 안다면 지금 그런 곡을 만들었겠지. 미스터리한 일이다. 내가 스무살 때 만든 곡을 먼 한국 열여덟살 소녀가 따라 부르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한국에서 ’큰 형님‘으로 불리며 여전한 카리스마를 뽐내는 갤러거는 스스로도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지금은 가족의 힘이 있어야 강하다”는 전제를 깔면서 “오아시스를 떠나야 할 때도 두렵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오아시스 해체) 결정은 음악적 커리어를 허공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었다. 밴드도 없어지고, 레코드도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내놓은 신곡으로 전날 콘서트에서도 부른 ’블랙 스타 댄싱‘ 또한 마찬가지다. 갤러거가 이전에 부른 곡과 다른, 상당히 댄서블한 곡이다. “팬 중 75%는 기존의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곡인데,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만들 수 없었던 곡이다. 내가 ’슈퍼휴먼‘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강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 록의 영웅은 하지만 록의 전반적인 침체를 안타까워했다. 요즘 10대는 록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내가 어릴 때는 채널 3개의 TV, 라디오, 축구 등 즐길거리가 6개밖에 없었다. 하지만 10대인 딸만 봐도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음악은 그리 흥미로운 거리가 안 된다. 앨범도 안 사고 스트리밍으로 들으니 애착도 덜 한 것 같다. 레이블도 돈이 된다는 장르가 있으면 우르르 그 장르를 따른다. K팝이 잘 된다고 하니 우르르 몰려든다. 오아시스도 마찬가지였다. 오아시스가 잘 되니 누구나 오아시스 노래를 했다. 하지만 디지털이 발전하면서 오아시스 음악이 사라졌다. 차트에 있는 곡들은 다 똑같이 들린다. 비욘세, 마돈나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갤러거는 오아시스 결성 30주년을 앞두고 재결합 또는 이벤트성이라도 다시 모일 생각은 없냐는 물음에 단호하게 ’노‘ ’노‘라고 두 번 말하며 선을 그었다. 이런 그에게 세상의 모든 음악이 사라진다고 가정하고, 오아시스와 하이 플라잉 버즈의 모든 곡을 통틀어 단 한곡만 남긴다면 무엇을 꼽을지 묻자 골똘히 생각했다. “팬들에게 묻는다면 반은 ’원더월‘, 또 다른 반은 ’돈트 룩 백 인 앵거‘, 일부는 ’샴페인 슈퍼노바‘를 꼽을 거다. 나는 ’블랙 스타 댄싱‘을 꼽겠다. 가장 새롭고 멋진 곡이니까. 하하.”

’블랙 스타 댄싱‘은 영국 글램록 스타 데이비드 보위(1947~2016)의 ’패션‘의 베이스 라인에서 영감을 받는 곡이라고 했다.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는데 쓴 곡이 다 별로였다.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홈스가 다 버리고 다시 시작하자고 했다. 사실 (오아시스 대표곡 중 하나인) ’슈퍼소닉‘도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다. ’블랙 스타 댄싱‘ 작업이 완성에 다다랐을 때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모던하면서도 내 색깔이 묻어났다. 최근에 한 일 중에 가장 마음에 든다. 앞으로 발매될 노래를 듣고도 놀랄 거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로큰롤의 살아 있는 전설은 아직도 진화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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