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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비주류 편향 인사로 ‘3류 천국’ 만들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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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균 칼럼]비주류 편향 인사로 ‘3류 천국’ 만들 건가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19-04-22 03:00수정 2019-04-2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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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 없이 청문회 앉은 그들, 그 자리를 생각이나 해본 걸까
‘주류 교체’ 위해 인재 풀 좁게 쓰며 ‘닥치고 비주류’ ‘닥치고 코드’ 인사
정권 망치는 건 충성스러운 3류들
박제균 논설주간
바늘방석이 따로 없을 것이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말이다. 이 재판관은 한 달여 전인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재판관 후보로 지명했을 때 꿈에라도 생각했을까. 자신이 여야 극한 대치로 인한 정국 경색의 핵(核)이 될 줄은. 그래서 묻고 싶다. 이 재판관은 스스로 헌법재판관이나 대법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봤는지를.

이 재판관은 그런 꿈을 꿀 만한 스토리가 있다. 40대 여성에 지방대, 문재인 정권에서 선호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그럼에도 판사로서는 누가 봐도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주식을 과다 보유·거래했다. 남편이 다 했다지만 말이 안 된다. 부인의 부동산 투기 때문에 애초에 청문회 자리에 앉기를 포기하는 고위공직자도 많다. 그런 하자를 안고도 헌법재판관이 될 생각을 했다면 판단력, 요즘 많이 쓰는 말로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국민이 고위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의 허들은 그 직(職)에 따라 높이가 다르다. 지방의원보다 국회의원이 높고, 국회의원보다 장관이 높다. 아마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이 가장 높은 축일 것이다. 이 재판관이 그 자리를 염두에 두었다면 자기관리를 했어야 했다. 법조계에서도 그가 헌법재판관까지 꿈꾸지는 않았을 거란 분석이 많다. 소위 에이스 판사가 아니었다는 것. 그간 잘나가고, 못 나가고를 떠나 실력이 못 미친다는 뜻이다. 이 재판관의 실력은 청문회 답변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재판관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치러진 숱한 청문회를 보면서 본인이 과연 그 자리에 오를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을까 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큰 꿈을 꾸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기관리를 한다. 과다 보유한 부동산을 처분해 은행 예금으로 바꾸는 사람들도 봤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자기관리는커녕 고위 공직이 마치 ‘길 가다 얻어 걸린’ 것처럼 청문회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는 사람들을 유난히 많이 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결국 대통령의 인사 강행으로 자리를 꿰찬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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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주류세력 교체’를 지상목표로 밀어붙이는 이 정권이 인재의 풀을 비주류 편향으로 좁게 쓰는 탓이 크다. 물론 이 사회의 주류라는 사람들이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끼리끼리 해먹어온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게 주류 세상에서 소외됐던 비주류 가운데 실력 있는 인물을 중용한다면 토를 달 사람은 별로 없다. 이미선 파동으로 함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성향의 좌우를 떠나 실력에 대해선 이론(異論)이 거의 없다. 하지만 비주류 중에는 실력이 모자라 주류에 끼고 싶어도 못 낀 사람들이 훨씬 많다.

누가 실력이 있고 없는지 동종업계 사람들이 가장 잘 안다. 나도 언론계에서는 보수 진보 성향을 떠나 누가 실력이 있는지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동업자들로부터 3류가 득세한 대표적인 분야로 지목되는 곳이 외교다. 한국이 동맹인 미국으로부터 멀어지고, 공 들인 중국에는 무시당하며, 일본과는 원수 되기 일보 직전이고, 심지어 짝사랑하는 북한으로부터도 뺨을 맞는 지경에 이른 것은 3류 외교당국자의 실력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처구니없는 외교 의전 실수들은 거기서 흩뿌려진 부스러기일 뿐이다.

이제 성향을 떠나 실력에는 의구심이 없던 조명균 전 장관마저 떠났으니 통일부도 휘청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연철 현 장관에게 걱정스러운 것은 성향보다는 실력이다. 외교안보와 남북관계에선 인사권자에게 시쳇말로 무조건 ‘시시까까(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고)’해선 안 된다. 외교안보뿐일까. 경제와 교육 복지 분야는 물론이고 검경 등 사정기관에서 실력 없는 3류들이 중용된다. 도무지 깜이 안 되는 인물들이 ‘닥치고 코드’ ‘닥치고 비주류’ 인사로 나라의 정책과 예산을 주무르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잘나갔던 주류만 쓰라는 뜻은 물론 아니다. 비주류도 중용하되 실력과 도덕성도 함께 갖춘 인사를 발굴해야 한다. 그런 ‘흙 속의 진주’를 캐내는 것이 인사의 예술이다. 그래도 사람 구하기가 정 어렵다면 인재의 풀을 더 넓게 써야 한다. 비주류 중에 코드도 맞는 인물을 찾다 보니 ‘사람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고, 드물게 그런 사람을 찾으면 실력이나 도덕성 검증은 뒷전이기 십상이다. 자고로 정권을 망치는 자들은 외부의 비판세력이 아니라 내부에서 코드에 맞춰 충성하는 3류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비주류#청문회#주류세력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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