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흙수저… 청년 세계진출 버팀목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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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화 신임 세계한인무역협회장
32년전 미국 가 70곳 취업실패 딛고 1200억 미주한인 최대보험사 키워
“해외 환상 갖거나 도피 삼아선 안돼… 스펙보다 확실한 목표-의지가 중요”

32년 전 서른의 청년이 미국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한 강연에서 우연히 들은 ‘앞으로는 영어와 컴퓨터가 중요해질 것’이란 말이 미국행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제대로 영어를 배워보겠다고 1986년 미국 땅을 밟은 그는 공부와 돈벌이를 병행하며 경영학석사(MBA) 과정까지 마쳤다. 그리고 70번 넘게 이력서를 낸 끝에 한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미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경남 창원에서 있은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 선거에서 20대 수장으로 뽑힌 하용화 회장(62·사진)은 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촌놈에 흙수저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4수 끝에 대학(경기대)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 회장은 보험영업 경험을 살려 1992년 미국에서 솔로몬보험을 창업했다. 이 회사는 현재 연간 보험 수주액이 1억1000만 달러(약 1229억 원)에 이를 만큼 성장했다. 그는 “가진 것도, 내놓을 것도 없었던 게 결국 나의 경쟁력이 됐다”며 “밑바닥부터 다지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는 데서 보람을 느끼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뉴욕 한인회장을 맡는 등 미국 내 한인 공동체에서도 꾸준히 활동해왔다.

그가 새 회장으로 선출된 월드옥타는 세계 74개국에 147개 지회, 7000여 명의 회원을 둔 대표적인 재외동포 경제인 단체다. 회장에 선출된 뒤 그는 ‘함께하는, 힘 있는, 자랑스러운 옥타’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32년 전 자신처럼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한국 청년들을 위해 2년의 임기 동안 해외 취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국내 일부 대학에 ‘월드옥타 프로그램’ 개설을 추진 중이다. 해외 취업에 도움이 될 매뉴얼과 성공한 한인 사업가들의 강의를 듣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월드옥타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활용하면 청년들의 해외 취업과 창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청년들의 해외 일자리를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하 회장은 한국의 해외 취업 지원 정책 등에 대해 “주로 영어 성적을 비롯한 스펙 위주로 해외 인턴을 뽑는 데다 일부 선진국에만 지원자들이 몰리는 미스매치도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또 해외에서 취업이나 창업을 하기를 원하는 청년들에게 “국내 취업의 도피 수단으로 가서는 안 되고 막연한 환상을 갖지도 말라”며 “높은 토익 점수, 좋은 학벌 등의 스펙이 아니라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성장하겠다는 의지와 목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하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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