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공개 ‘기무사 문건’, 철저한 수사로 계엄 실행계획 여부 밝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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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작성한 ‘대비계획 세부자료’ 내용을 청와대가 어제 공개했다. 앞서 공개된 기무사 문건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의 부속 문건이다. ‘수행방안’이 8쪽으로 계엄에 대한 일반적 검토 수준이라면 이 ‘세부자료’는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개 제목, 21개 항목, 67쪽으로 계엄령 발동에 대비한 방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 문건에는 비상계엄 선포문 및 계엄 포고문, 언론사와 국회 통제 계획 등이 망라돼 있다. ‘보안 유지하에 신속하게 계엄선포, 계엄군 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의 관건’이라고 적시하고, 중요시설 494곳과 광화문, 여의도에 야간을 틈타 탱크와 장갑차로 기갑여단, 특전사 등을 투입하는 계획과 국가정보원을 계엄사령관 통제 아래에 두기 위해 국정원 2차장의 보좌를 받는 방안까지 마련돼 있다. 계엄 발동과 절차를 담은 매뉴얼로 보기에는 내용이 매우 상세하고 합참에서 2년마다 수립하는 ‘계엄실무편람’ 내용과도 판이하다. 청와대가 사실상 ‘계엄 실행 계획’이라고 의심할 만한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이 문건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표결(재적 과반수 찬성)로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는 국회의 권한을 무력화하려는 기도를 담고 있다. 여당 의원들은 ‘계엄 해제’ 국회 의결에 참여하지 않게 하고 계엄사가 집회 시위 금지 및 반정부 활동 위반 시 구속수사 방침을 발표한 뒤 야당 의원들을 집중 검거해 계엄 해제 의결이 정족수에 미달하도록 만드는 계획까지 세웠다. 법치를 유린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계엄 시 ‘계엄사 보도검열단’을 편성해 22개 방송 및 26개 신문, 8개 통신사와 인터넷 신문사의 신문기사와 방송, 간행물, 영상제작품을 사전 검열하고 보도를 통제한다는 계획도 매우 구체적이다.

문건 공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이날 국회법사위에 출석한 기무사령관은 “문건 작성자가 ‘문제가 있다’는 판단으로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 문건을 근거로 당시 군부 핵심이 헌재의 탄핵안 기각을 예상하고 계엄 실행 준비를 했다고 보는 듯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건의 중대성과 국민 관심이 높은 만큼 국민에게 신속하게 공개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문건의 작성 경위와 배경, 청와대와 군의 어느 선까지 보고되고, 실제 계엄 실행 준비가 이뤄졌는지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문건#계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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