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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감 심한 위안부 얘기, 힘들고 슬펐지만 따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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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감 심한 위안부 얘기, 힘들고 슬펐지만 따스했다”

김민 기자 입력 2018-06-14 03:00수정 2018-06-14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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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허스토리’ 열연 두 여배우
김해숙(왼쪽)은 위안부 할머니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에 생기가 돌지 않게 하려고 촬영할 때 물도 마시지 않았다. 김희애는 부산의 여행사 사장 캐릭터에 맞춘 안경과 복고풍 의상을 입으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잊게 돼 “마치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YG엔터테인먼트 제공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다. 이를 TV로 지켜본 이들은 함께 슬퍼했지만 일부는 “몸을 팔아 놓고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해 10월 부산여성경제인연합회는 ‘정신대 피해 신고 전화’를 개설한다. 이곳으로 8명이 전화를 걸어왔고, 그중 4명은 여행사 사장이었던 김문숙과 시모노세키로 떠나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에 나선다.

영화 ‘허스토리’는 6년에 걸쳐 시모노세키(下關)와 부산(釜山)을 오가며 벌인 ‘관부(關釜) 재판’ 실화를 다룬다. 1992년 12월, 위안부 피해자 3명과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 등 모두 10명이 원고가 돼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에 제소하며 진행된 재판이다. 민규동 감독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보고 느꼈던 감정을 오랫동안 품고 있다 영화로 만들었다. 배우 김희애(52)가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문정숙’(김문숙의 극중 인물)을, 김해숙(63)이 아픔을 딛고 용기를 내는 위안부 ‘배정길’을 연기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두 배우는 ‘허스토리’가 “그 어느 작품보다 힘들었던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김희애는 이번 영화에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맡은 문정숙은 감정이 북받치면 소리 지르고 욕도 서슴없이 내뱉는다. 부산 사투리를 쓰고, “돈 걱정은 하지 말라”며 허풍을 떨기도 하는 억척스러운 사업가다. 김희애는 “멋진 캐릭터에 반해 시나리오를 덥석 받았는데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고 느낄 만큼 힘든 도전이었다. 하지만 연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캐릭터였다”고 털어놨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체중도 늘렸다. 사투리와 일본어 연기를 위해 촬영 전 매번 집에서 대사를 녹음해 다시 듣기를 반복하며 연습했다. 촬영이 끝난 후 울음을 터뜨렸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두 수고했다고 인사를 나누고 분장실에 오니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좋아서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여타 드라마였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마무리를 지었을 텐데 심리적으로 큰 압박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김해숙은 촬영 내내 온 세상이 슬픔으로 가득 찬 듯한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는 “여인으로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가진 배정길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다가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박순녀(예수정)나 서귀순(문숙) 등 다른 인물들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는 모습도 나오지만 배정길은 대부분 말이 없다. 이 때문에 김해숙은 촬영이 끝난 뒤에도 우울함과 무기력한 감정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배우들은 부담을 많이 받았지만 영화는 시끌벅적한 부산 사투리로 서로를 다독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김희애는 “여성이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법정 드라마”라며 “사이사이 재미있고 유쾌한 부분도 있으니 관객들이 편안하게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7일 개봉.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허스토리#김해숙#김희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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