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좀도둑 가족’ 칸 황금종려상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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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따뜻한 가족애, 국내서도 호평
이창동 ‘버닝’ 국제비평가연맹상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만비키 가족’에 돌아갔다. 폐막식이 열린 19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심사위원장인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마지막 장면은 영화라는 걸 잊게 만들 만큼 감동을 줬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인간사, 특히 가족의 의미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 칸 영화제 수상은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심사위원상 이후 두 번째다. 앞서 ‘아무도 모른다’(2004년)는 배우 야기라 유아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도둑질로 살아가는 가족이 집 앞에 서 있던 5세 소녀를 새 구성원으로 맞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가족 영화다.

2등상 그랑프리의 영예는 미국 스파이크 리 감독의 ‘블랙클랜스맨’이 받았다. 반트럼프적 내용을 담은 ‘블랙클랜스맨’은 백인우월주의 집단 큐클럭스클랜(KKK)에 잠입해 정보를 수집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경찰의 실화를 그렸다.

심사위원상은 레바논 감독 나디네 라바키의 ‘가버나움’에 돌아갔다. 영화는 레바논 베이루트 빈민가의 12세 소년 자인을 중심으로 마약 등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의 비참한 삶을 담았다. ‘가버나움’은 칸 영화제에 참석했던 배우 게리 올드먼이 현지 언론에 ‘가장 추천하는 영화’로 언급하기도 했다. 기대작 중 하나였던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콜드 워’는 감독상을 받았다.

한편 높은 평점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였던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본상을 받는 데 실패했다. 비평가들은 문학성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종수(유아인)와 벤(스티븐 연)으로 대표되는 구시대적 계층 갈등 코드가 다양한 성별과 직군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면면에 어필하기에는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버닝’은 세계 각국의 영화평론가와 영화기자 단체가 수여하는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았고, 신점희 미술감독이 ‘아가씨’에 이어 두 번째로 기술 부문 최고상인 벌칸상을 수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국제비평가연맹상 수상식에서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산책하는 미스터리 영화였다”며 “함께 그 미스터리를 안아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폐막식은 법적 분쟁으로 상영이 불투명했던 테리 길리엄 감독의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가 무사히 모습을 드러내며 막을 내렸다. 폐막식에서 배우 아시아 아르젠토는 “1997년, 21세 때 이곳 칸 영화제에서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더 이상 와인스틴은 칸 영화제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 중에도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이 있다. 그게 누군지 당신도 알고 우리도 알고 있다. 이제는 그런 행동을 우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칸 국제영화제#황금종려상#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비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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