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 대선공약 거둬들인 시민참여단의 “신고리 건설 재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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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5, 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어제 정부에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를 권고했다. 시민참여단 471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조사 결과 건설 재개 의견이 59.5%로 중단 40.5%보다 19.0%포인트 높게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공론화위의 정책 권고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찬반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됐던 당초 여론조사와 달리 건설 재개가 큰 차이로 앞선 것은 정부의 급격한 탈원전 정책이 가져올 충격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시민참여단은 원전 기술의 안전성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등을 꼼꼼히 따져 결론을 내렸다. 김지형 공론화위원장이 “모든 연령대에서 조사를 거듭할수록 건설 재개 비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한 대목에서 시민참여단의 성숙한 고민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번 공론화를 통해 원전 건설 백지화에 따른 매몰 비용을 보존한 것이나 한국 원자력 산업의 숨통을 튼 것은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이라는 대선 공약을 깨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된 사회적 갈등은 쉽게 진정될 것 같지 않다. 당장 환경단체들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공론화 과정을 ‘수십 년 동안 온 국민이 핵발전의 필요성과 안전성, 경제성에 대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접해온 상황’에서 나온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난했다. 야당은 사회적, 경제적 손실에 대해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애초부터 이미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30% 가까이 진행한 공사를 대통령 공약이라며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급격한 정책 추진이 문제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이번 결정과 에너지 전환 정책은 별개”라며 탈원전 정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라면 건설 중이던 신고리 5, 6호기와 달리 설계용역 또는 부지 매입 단계에서 중단된 신한울 원전 3, 4호기와 천지원전 1, 2호기 건설이 재개될 가능성은 낮다. 삼척 또는 영덕에 지을 예정이었던 원전 2기도 백지화됐다.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현실에서 원자력과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에너지가 균형 있게 분포하는 에너지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도 급격한 방식이 아니라 경제성장률과 에너지 수급 전망, 기후변화 대응, 원전 수출 경쟁력과 일자리, 신재생에너지 전망까지 감안해 체계적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원자력 비중을 줄이고 싶다면 경제와 일자리에 충격이 큰 신규 원전 백지화보다는 노후 원전 조기 폐로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국가의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려면 10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로드맵부터 설정해야 한다.
#신고리 5 6호기#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신고리 5 6호기 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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