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몰랐던 5·18, 세계에 더 알려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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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서 외신기자役…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치

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토마스 크레치만.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은 사실 내겐 ‘그들만의 세상’인데 기꺼이 초대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쇼박스 제공
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토마스 크레치만. 그는 “광주 민주화운동은 사실 내겐 ‘그들만의 세상’인데 기꺼이 초대해줘 고마웠다”고 했다. 쇼박스 제공
“영화에 시민과 군인들이 대립하는 총격 신이 있어요. 연기할 땐 몰랐는데 나중에 촬영분을 보니 상당히 가슴이 아프더군요. 제게는 낯선 역사이지만 5·18민주화운동은 세계적으로 알려져야 할 얘기예요.”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택시운전사’에는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치만(55)이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한다. 당시 삼엄한 통제를 뚫고 택시를 타고 5월 광주로 가 그 참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독일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을 통해서다.

그는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피아니스트’를 비롯해 ‘작전명 발키리’ ‘킹콩’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에서 국경을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를 선보여 왔다.

“저도 20대에 무려 4개 국경을 넘어 동독을 탈출했습니다. 동독을 떠나 유고슬라비아에 처음 도착했을 때가 생각나네요. 그런 개인적 체험이 이번 영화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역사는 동일한 구조로 반복되는 것 같단 생각도 들고요.”

그는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한국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촬영 이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도 다들 모르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상황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찾아 봤습니다. 힌츠페터 씨도 만나고 싶었는데, 영화 준비 과정에서 세상을 뜨셔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처음으로 한국 영화 출연을 결심한 데는 평소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한몫을 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의 ‘빅 팬’으로 앞으로 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까지 찾아 봤어요. 색감을 정말 잘 쓰더군요. 저희 집 TV 화면 컬러는 박 감독의 영화 ‘스토커’를 기준으로 튜닝했을 정도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그렇고, 한국엔 정말 훌륭한 감독들이 많아요.”

그간 독일, 프랑스, 미국 할리우드 등 다양한 나라에서 촬영한 경험이 있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외국 배우로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어는 리듬이 익숙하지 않아 대사의 시작과 끝을 알아차리는 것도 쉽지 않아 언어장벽이 정말 컸다”면서도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모든 배우와 제작진이 항상 ‘도와드릴까요?’ 하고 먼저 물어주는 배려에 감동했다”고 했다.

“아시아에서의 작업은 낯선 경험인데, 한국은 특히 문화적 뿌리가 굉장히 깊고 탄탄한 나라 같아요. 판타스틱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한국 배우들의 손을 잡고 여정을 무사히 마친 느낌이라 고마울 따름입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치#영화 택시운전사#광주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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