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한걸음 가까워지고 마음은 만걸음 넓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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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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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보내는 희망편지 다시 만난 주인공들
쌓아둔 고민거리 털어놓고 조곤조곤 인생 상담
“역할모델 만나 행운” 얘기에 “우리가 사랑 배웠다” 화답

크리스마스 이튿날인 26일 한자리에 모인 ‘희망편지’ 주인공과 역할 모델들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포즈를 취했다. 바쁜 일정에도 한걸음에 달려온 역할 모델들 덕분에 주인공들의 꿈은 한 뼘 더 자랐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수빈 아나운서, 민병철 원장, 이채원 부사장, 김청기 감독, 이상봉 디자이너, 이진아 선수, 헤어디자이너 박준 씨, 박소란 양, 이수림 군, 박찬희 군, 한우석 군, 차미진 양, 박소연 양. 김재명 기자
크리스마스 이튿날인 26일 한자리에 모인 ‘희망편지’ 주인공과 역할 모델들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포즈를 취했다. 바쁜 일정에도 한걸음에 달려온 역할 모델들 덕분에 주인공들의 꿈은 한 뼘 더 자랐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수빈 아나운서, 민병철 원장, 이채원 부사장, 김청기 감독, 이상봉 디자이너, 이진아 선수, 헤어디자이너 박준 씨, 박소란 양, 이수림 군, 박찬희 군, 한우석 군, 차미진 양, 박소연 양. 김재명 기자

《“네 인생에서 2010년이 얼마나 중요한 해인 줄 알지? 내가 이야기했던 것 한번 꺼내 봐.” 멘터(조언자)인 테니스 국가대표 이진아 선수의 말에 박소란 양이 검은색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하얀색 손글씨로 ‘고쳐야 할 점’ ‘2010년 이루어야 할 점’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진아 선수가 얼마 전 박소란 양에게 내준 특별한 ‘숙제’였다. 성탄절 이튿날인 26일 낮 12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동아일보가 4월 1일부터 12월 21일까지 연재한 ‘내일로 보내는 희망편지’에 소개된 17명의 멘터 중 민병철 건국대 언어교육원 원장부터 로봇 태권V의 김청기 감독, 이상봉 디자이너,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헤어디자이너 박준, 조수빈 KBS 아나운서, 이진아 선수 등 7명과 어린이재단이 인연을 맺은 학생과 가족들을 위해 조촐한 송년모임을 마련한 것이다.

어린이재단의 임신혁 대외협력실장은 “사회 명사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선뜻 내줄 줄 몰랐다”라며 “희망편지에 출연한 아동들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큰 힘이 됐을 것”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대형 화면에 1회 요리사가 되고 싶은 최종욱 군과 박효남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주방장의 만남을 소개한 지면부터 차례로 희망편지의 주인공들이 소개됐다.

멘티들과 나란히 앉아 있던 역할모델들은 화면 속 자신들의 모습에 다시금 미소를 머금었다. 이어 역할모델들은 식사를 함께하며 멘티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내년도 계획을 미리 적어오라고 했던 이진아 선수는 소란 양을 만나자마자 ‘숙제검사’를 하더니 보충숙제를 내주기 시작했다.

“일단 당장 네가 따라잡아야 할 국내 상위권 랭킹 선수들의 장단점부터 분석해 봐. 네가 이번 동계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구체적으로 쓰고.” 무릎이 안 좋아 약을 먹고 있는 이진아 선수는 급한 대로 주머니에서 약봉지를 꺼내 볼펜으로 꼼꼼하게 메모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실기시험을 앞둔 이수림 군은 이상봉 디자이너에게 진학과 관련된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 씨는 “꼭 명문대를 나와야 패션디자이너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더딘 길에서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채원 부사장과 금융가를 꿈꾸는 박찬희 군은 학업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기말고사에서 전교 200명 중 4등이란 좋은 성적을 거둔 박 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은 이 부사장은 자립형사립고나 외국어고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민병철 원장으로부터 각종 영어 콘텐츠를 선물 받은 뒤로 부쩍 영어 실력이 나아진 차미진 양은 지난번엔 잘 해내지 못했던 영어 자기소개를 멋지게 해냈다.

바쁜 연말, 자신을 위해 달려와 준 역할모델들에게 희망편지 주인공들은 자신들을 ‘행운아’라며 큰 포부를 밝혔다. “영어 선생님이 돼서 필리핀이나 베트남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돕고 싶어요.”(차미진 양) “언젠가 여기 계신 분들처럼 큰 사람이 되겠습니다.”(이수림 군)

이런 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희망편지 역할모델들은 “도리어 우리가 사랑과 열정을 배웠다”고 화답했다. 조수빈 아나운서는 “방송에 쫓겨 바쁘게만 달려왔는데 소연이를 만난 뒤 소연이를 실망시키지 않는 사람이 되고자 자신을 더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3시간여의 특별한 ‘송년모임’이 끝나고 아쉽게 발길을 돌렸지만 이들의 인연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이날 자신의 멘티인 태완이가 교통사고로 나오지 못해 얼굴을 보지 못한 박준 디자이너는 “전화를 걸어봐야겠다”며 그 자리에서 휴대전화 번호를 눌렀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희망편지 그 이후 국제대회 출전… 대학 합격… 희소식 줄이어

미래의 역할 모델을 만나 ‘인생 코치’를 받게 된 아이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고대했던 만남은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았다. ‘내일로 보내는 희망편지’ 주인공들은 마음속 영웅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자신의 꿈에 다가서고 있었다.

여자테니스 국가대표를 꿈꾸는 박소란 양(17)은 4월 국내 랭킹 1위인 이진아 선수를 멘터로 맞게 된 뒤 꿈에 그리던 국제무대에 서게 됐다. 박 양의 사연을 본 전직 국가대표 선수 이덕희 씨(56·여)의 제의로 소란 양은 같은 달 열린 이덕희배 국제주니어선수권대회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했다. 복식 경기에 참가한 소란 양은 첫 국제대회에서 러시아와 일본 선수로 이뤄진 강팀을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소란 양은 이어 10월 전국체전에서 개인전 2회전, 11월 명지대 총장배 대회에선 단식 16강에 올랐다.

충남 천안에서 피아니스트의 꿈을 키우고 있는 박가을 군도 강충모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인연을 맺으면서 피아노 레슨을 받게 됐다. 강 교수의 부인이자 유명 피아니스트인 이혜전 숙명여대 교수가 천안에 사는 제자 공병숙 씨를 가을 군에게 소개해 준 것. 공 씨는 가을 군에게 “기꺼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라 무료로 레슨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가을 군은 “그러면 제 마음이 해이해질 것 같다”며 일반 레슨비의 절반 수준을 내기로 했다.

애니메이션 작가 지망생인 한우석 군은 올해 4월 김청기 감독이 그려준 ‘로봇태권V’ 그림을 ‘가보’라며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애니메이션을 잘 그리려면 교양이 많아야 한다는 조언에 국사책을 독파했다. 최근 기말고사에서 하위권이던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올랐고 국사 과목에선 최고점을 받았다. 우석 군은 또 어린이재단의 도움으로 ‘클리닉 저널’이라는 애니메이션 교육기관에서 주말을 통째로 보냈다. 그 결실로 2학기 도내 판화대회에서 강원도 교육감상을 수상했고 최근 월정사 공모전에도 출전해 입상했다.

‘고3 꿈나무’들의 대입 합격 소식도 들려왔다.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 박효남 총주방장을 만났던 요리사 지망생 최종욱 군은 대경대 호텔조리학부에 입학할 예정이다. 종욱 군은 3월 박 총주방장을 만난 자리에서 “주방장 일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박 총주방장이 이에 화답해 종욱 군은 7월 한 달간 힐튼호텔 주방장 인턴으로 일했다. 기아 타이거즈 이용규 선수와 형, 동생 할 정도의 사이가 된 정재훈 군도 동의대 특수체육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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