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가짜 몰카’, 2주간 2만6000건 다운로드…“야동인 줄 알고 봤다가 현자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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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11월 1일 1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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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 경찰이 만든 가짜 몰카
사진=부산 경찰이 만든 가짜 몰카
몰카(몰래카메라) 영상을 다운로드해 보려던 사람들이 경찰의 ‘가짜 몰카’에 속아 넘어갔다.

부산 경찰은 몰카 범죄 근절을 위해 ‘스탑 다운로드킬(Stop Downroadkill)’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국내 23개 파일공유 사이트에 가짜 몰카를 매일 170개씩 올렸다. 해당 영상은 ‘몰카 범죄 경고 영상’이었는데 이를 진짜 몰카인 줄 알고 다운로드한 건수가 2만6000에 달했다.

경찰이 올린 ‘가짜 몰카’의 앞부분을 보면 한 여성이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몰래 보는 듯하다. 그런데 점점 여성의 얼굴이 귀신으로 바뀌면서 “몰카에 찍힌 그녀를 자살로 모는 건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일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나온다.


경찰은 몰카 수요자들의 다운로드를 유도하기 위해 게시물 제목에 신경을 썼다고 한다. 몰카 사이트에서 검색이 잘 되는 단어로 제목을 구상하고 게시물마다 다른 제목을 달았다. 또 각 게시물에 같은 파일이 담긴 것을 추측하지 못 하도록 파일의 용량도 모두 다르게 했다.

그 결과 몰카 유통량에 변화가 있었다. 경찰은 “매일 같은 검색어로 검색해 자체적으로 유통량을 집계했는데 최고 11%가 감소했다”라고 동아닷컴에 전했다.

조현배 부산지방경찰청장은 “부산 경찰은 불법 몰카 범죄를 개인의 일탈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봤다. 불법 촬영물을 사서 보는 사람이 있기에 판매가 끊이지 않는다. 따라서 불법 촬영물을 보는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한 캠페인을 실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해당 캠페인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꽤 긍정적이다. 부산경찰 페이스북에는 “야동인 줄 알고 봤다가 현자타임(욕구 해소하려다 밀려온 복잡한 감정) 왔다. 반성한다”, “이런 거 튀어나오면 나라도 다시는 안 볼 듯. 좋은 아이디어다”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또 가짜 몰카 영상을 올리는 일을 자신들이 이어 나가고 싶다는 한 시민단체의 제안도 들어왔다.

위 캠페인은 지난달 종료했지만 경찰의 근무여건과 캠페인 효과 등에 따라 프로젝트를 이어 나갈지 여부가 결정된다.

한편 몰카 피해자가 영상을 지우기 위해 수백만 원을 들이고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살을 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면서 몰카 범죄는 큰 사회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또 김정재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몰카범죄 검거 횟수가 2008년 2832건에서 2016년 4499건으로 크게 늘었다.

김가영 동아닷컴 기자 kimga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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