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세계 2위 쾌거, 대표팀 선수 86% 배출한 K리그의 힘

  • 뉴시스
  • 입력 2019년 6월 16일 03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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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이 K리그 혹은 K리그 유스팀 출신
2008년 시스템 도입 이후 최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사상 첫 결승진출이라는 쾌거에 K리그가 단단히 한 몫을 했다. 정정용호 21명의 선수 가운데 총 18명의 선수를 배출했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U-20 축구대표팀은 16일 오전 1시(한국시간)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와 대회 결승전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트로피는 품에 안지 못했지만 한국 남자 축구의 FIFA 주관대회 첫 결승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바탕은 바로 K리그다.선수단 21명 중 현재 K리그에 소속된 선수가 15명이다. 유럽(4명)과 대학 팀(2명) 소속 선수의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유럽에 진출한 선수들 가운데서도 K리그 유스 시스템을 경험한 선수가 두 명이고, 대학 소속 선수인 최준(연세대)도 K리그 유소년 출신이다. 총 18명의 선수가 K리그 또는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이 자리까지 왔다.

지난 두 대회와 비교해도 큰 수치다. 2013년 터키 대회 당시 K리그 소속 6명, 2017년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7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배 이상 늘었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포함된 과거 대표팀과 달리 K리그 소속 또는 K리그 유소년팀 출신, 유럽파, 대학선수들로만 이뤄진 점도 눈에 띈다.

가장 많은 선수를 배출한 팀은 울산 현대 유스팀인 현대고다. 차세대 타깃형 스트라이커 재목으로 평가받는 오세훈(아산)과 ‘반대발잡이 풀백’으로 각광받는 최준, 그리고 크로아티아에서 실력을 쌓고 있는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는 현대고에서 동고동락한 선수들이다.

개인상 수상 이력도 화려하다. 김현우는 2017년 전국고교축구대회 최우수선수(MVP), 최준은 같은 대회의 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오세훈은 그해 대한축구협회(KFA)가 수여하는 ‘올해의 영플레이어’를 수상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공격수 엄원상(광주)과 미드필더 김정민(리퍼링)이 광주FC 유스팀인 금호고, 캡틴 황태현(안산)은 전남 드래곤즈 유스팀인 광양제철고 출신이다. 소속팀 사정으로 이 대회에 참가하진 못했지만, 바이에른 뮌헨 2군에서 활약중인 정우영 또한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팀인 대건고 출신이다.

이미 K리그에서 준주전급으로 활약중인 선수들의 이름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영욱(서울), 전세진(수원)은 소속팀 공격진의 핵심자원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전세진은 수원 삼성 유스인 매탄중, 매탄고 출신 최대어로 꼽힌다. 고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MVP, 중등 축구리그 왕중왕전 득점왕 등을 타냈다.

박태준(성남), 고재현(대구), 이재익(강원) 등도 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얻고 있는 유망주들이다.

약 10년 전의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 K리그는 11년 전인 2008년, 각 구단과 리그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유소년 클럽 운영을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12세, 15세, 18세 팀 등을 운영하며 유망주 육성의 발판을 마련했다. 2008년부터는 K리그 주니어, 2015년부터 하계 토너먼트 대회인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을 열어 선수들이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단순히 선수를 키워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유소년 시스템 전체의 발전에도 힘썼다. 2013년부터는 매년 K리그 산하 유소년 팀의 지도자 해외 연수 및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고, 시스템 구축에 있어 정확한 평가와 진단을 위해 유소년 클럽 평가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준프로계약 제도를 도입,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가 리그에 출전하지 못하는 제도를 보완했다. 박지민, 김태환(이상 수원)이 사상 첫 준프로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오현규, 김상준(이상 수원) 등도 이 제도를 통해 이번 시즌 K리그를 누비고 있다.

대표팀 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에서도 유스팀 출신 선수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K리그 1과 K리그 2를 합쳐 유스팀 출신인 선수는 총 244명으로 전체의 29.3%에 해당한다. 2018시즌 209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35명이나 늘어난 셈이다. 클럽 유스팀 출신 선수가 그대로 승격한 경우도 138건에 이르러, 지난해 108건에서 30건 증가했다.

K리그 측은 “유소년 클럽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 10여 년만에 K리그 유스 출신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다”고 평했다. K리그가 없었다면, 한국 축구의 역사적인 쾌거도 없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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