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흠결 다 알고도 지명했다는 靑, 국민 눈높이 우습게 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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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관 후보자 7명과 관련된 의혹이 연일 터져 나오자 청와대는 그제 “사전 체크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미 민정라인 검증에서 다 들여다본 내용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결심하는 과정에서 다 알고 있었던 흠결이었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것은 다음 주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되더라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는 점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008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에 대해 “통과 의례”라고 말하는 등 이념적으로 편향된 발언을 수없이 해왔다. 게다가 특정인을 향해 ‘씹다 버린 껌’ ‘좀비’ 등 인성(人性)을 의심할 만한 막말을 쏟아낸 사실까지 드러나 여권 내부에서조차 “어떻게 이런 사람을 골랐느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 병역 특혜 의혹이, 주택 4채를 보유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다주택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딸에게 ‘꼼수 증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벌써부터 시중에는 ‘최정호식’ 절세 방안을 찾는 문의가 줄을 잇는다고 하니 장관이 된다고 하더라도 영(令)이 설 수 있겠나.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때 고위공직 배제 기준으로 병역기피, 위장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를 내걸었다가 장관 후보자들이 이 문턱을 넘지 못해 줄줄이 낙마하자 ‘7대 원칙’으로 기준을 낮췄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들만으로도 적잖은 후보자들이 이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청문회를 별 개의치 않는 듯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서 인사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8명이다.

장관 후보자 임면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시선을 대변하는 것이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하면서 내 마음대로 하겠다면 차라리 청문회 제도를 없애는 게 나을 것이다. 이런 게 문 대통령이 자임한 ‘소통 대통령’의 진면목이 아니길 바란다.
#장관 후보자#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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