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카드수수료 갈등에 또 경고만…사실상 ‘불개입’ 시사

  • 뉴시스
  • 입력 2019년 3월 19일 19시 37분


코멘트
금융당국이 19일 현대차의 카드가맹점 계약해지까지 초래했던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신용카드 수수료율 갈등과 관련해 직접 개입은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우월적 지위를 무기로 내세운 대형가맹점들을 향해 징역·벌금형 등의 법적처벌도 가능하다며 구두경고를 재차 날리기는 했지만 위법행위 적발시 처벌이라는 원론적 입장에만 그쳤다.

현재 진행중인 양측간 협상에 개입하지 않되 사후 점검을 통해 혹시라도 법을 위반한 사항이 있다면 그때 가서 제재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협상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입장을 밝혔다.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율 협상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지난달 19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금융위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보면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 요구하는 경우에는 처벌도 가능하게 돼 있다”면서 우월한 협상력을 무기로 카드사들을 압박한 대형가맹점들을 향해 법적 처벌을 경고했다.

금융위는 이번에도 대형가맹점들을 향해 ‘엄중조치’를 경고했다. 윤 국장은 “추후 카드수수료 적용실태 점검 등을 통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엄중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여전법은 매출액 3억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징역 1년 또는 벌금 1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으며 보상금 등의 부당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수수하면 징역 5년 또는 벌금 3000만원까지 부과된다.

그러나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이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행위’ 등 법적 처벌이 가능한 구체적 기준은 이번에도 제시하지 못했다.

또 카드사에 가맹계약 해지라는 강수를 두면서 1.9%대로 인상된 수수료율을 1.89% 수준으로 낮춘 현대차의 협상 결과에 대한 적정성 판단도 유보했다.

윤 국장은 “일률적으로 어느 정도 수수료율이 적정냐에 대해서는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며 “개별 가맹점에 대해서 적정원가가 얼마 정도 산정됐고 수수료율이 가맹점과 협상 과정에서 적격비용의 원칙에 따른 수준인지도 건별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라 연매출 30억~100억원 가맹점은 평균 1.97%의 수수료율을 부담한다. 그러나 지난해 97조원의 매출액을 올린 현대차의 카드수수료율은 이보다 낮은 것이어서 역진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윤 국장은 “수수료율은 각 회사의 개별 원가에 기반해 산정하는 것이라서 매출액 구간별로 일정한 수준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정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결과치만으로 역진성 해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대형가맹점의 위법 행위 여부를 들여다볼 카드수수료 적용실태 점검 시기도 확정되지 않았다. 윤 국장은 “대형가맹점과 카드사 간 수수료 협상 상황을 고려해 시기를 구체적으로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카드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1분기에 금융감독원을 통한 실태 점검을 예고한 바 있다. 대형가맹점에 대해 적격비용 미만을 적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중점 점검하고 필요시 검사를 추진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드사와 대형가맹점간 수수료 협상이 끝나야 실태 점검도 가능한 만큼 빨라야 2분기에나 착수할 수 있는 상태다. 이를 의식한 듯 윤 국장은 “협상 진행 상황이 너무 늦어진다면 그때까지 계속 점검 시기를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접근을 해나갈지도 검토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실태 점검에 나서더라도 실제 대형가맹점에 대한 처벌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지금까지 여전법 위반을 이유로 대형가맹점을 처벌한 전례도 없다.

사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 결정 과정이 어디까지나 사적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끼리의 협상에 당국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느냐도 불분명하고 시장 개입 자체만으로도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윤 국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기본적으로 신용카드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율 협상에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행 여전법상 적격비용 기반의 수수료율 산정원칙과 수익자부담 원칙의 틀 내에서 당사자간 자율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협상력을 무기로 카드사들을 굴복시키는 동안에도 모호한 입장만 취한 금융당국을 향해 비판이 제기되자 ‘불개입’ 원칙을 확실히 밝힌 것이다.

연매출 30억원 이하 중소·영세가맹점은 상대적 약자인 만큼 정부가 우대수수료율을 책정해 시장에 개입해야 하지만 30억원을 초과하는 가맹점부터는 시장에서 카드사와의 협상으로 수수료율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카드사 노조 등이 주장하고 있는 수수료 하한제에 대해서도 도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윤 국장은 “일반가맹점부터는 정부가 수수료율 하한이나 상한을 결정하기보다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맞다”며 “정부 차원에서 가격 하한을 정한다든가 하는 부분은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