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돌린 체육계와 정부, 체육 혁신과 올림픽 개최 추진은 어떻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2월 12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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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2019 국가대표 선수촌 훈련개시식’을 열었다. 사진은 훈련개시식에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스포츠동아DB
지난 11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2019 국가대표 선수촌 훈련개시식’을 열었다. 사진은 훈련개시식에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스포츠동아DB
체육계와 정부의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한국쇼트트랙 ‘여제’ 심석희가 조재범 전 대표팀 코치에게 상습적인 성폭력·폭행을 당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 체육계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여러 종목으로 확산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체육계 쇄신’을 언급한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부는 ▲ 대한체육회-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 합숙 폐지 ▲ 소년체전 폐지 등을 개혁안으로 내놓았다.

예상대로 체육계의 반발은 거세다.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엘리트 체육의 비중을 차츰 낮춰가는 정부 정책에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던 체육인들이 들고 일어선 분위기다.

11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진행된 2019 국가대표 훈련개시식과 정기 대의원 총회에 참석한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도 “KOC 분리는 쉽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했을 때 논의해야 한다”며 “(2020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과 2032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지금은 더욱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어린아이 장난’ ‘무지’ 등의 다소 원색적인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남측 유치도시선정’이 개최됐다. 투표결과 서울특별시가 유치에 성공한 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오거돈 부산시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지난 11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공동개최 남측 유치도시선정’이 개최됐다. 투표결과 서울특별시가 유치에 성공한 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오거돈 부산시장의 축하를 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이날 체육회는 대의원 투표를 통해 2032하계올림픽의 남측 개최도시를 서울특별시로 확정했다. 현재 문체부와 기획재정부는 체육회의 결정대로 국제대회 유치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당연히 기류는 뒤숭숭하다. 정부와 체육회는 서로 등을 돌린 형국이다. 문체부 도종환 장관, 노태강 제2차관은 훈련개시식에 불참했다. 당초 체육회는 문체부 장관 또는 차관의 축사를 행사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취소했다. 장관과 차관이 전부 불참한 것은 2009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체육회-KOC 통합으로 양 측이 갈등했다.

상징적인 장면은 또 있다. 이날 문체부는 최근 체육계 개혁을 위해 출범시킨 스포츠혁신위원회 1차 회의를 가지며 기존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알렸고 체육회는 지도자, 선수, 학부모, 체육 행정가들이 두루 참여한 토론회를 따로 열었다. 노 차관은 혁신위 회의장으로 향했고, 진천 토론회는 엘리트 체육의 축소 반대가 핵심이었다.

냉랭한 분위기에서 남북, IOC가 15일 스위스 로잔에서 3자회담을 갖는다. 도종환 장관과 이기흥 회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등 남측 체육계 인사들이 북측 김일국 체육상,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난다. 가장 상생과 협력이 필요한 순간, 타협점을 찾을 생각은 없이 오직 평행선만 달려나가는 체육계와 정부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불편하기만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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