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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쇼크에 해고 찬바람… 중동 떠나는 필리핀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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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쇼크에 해고 찬바람… 중동 떠나는 필리핀 노동자

서동일 기자 입력 2019-01-15 03:00수정 2019-01-1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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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민 채용-고용주 학대도 한몫… ‘제2의 고향 중동’ 이제는 옛말
작년 고국 송금 10억달러 줄어… 일자리 찾아 中-日 등으로 발길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둔 카타르의 한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일하고 있다. 카타르를 포함해 중동 국가에 대거 취업했던 필리핀 노동자들이 최근 열악한 근로조건 등을 이유로 중동을 떠나고 있다. 카타르 정부 홍보부 제공
세계 최대 ‘인력 수출국’으로 꼽히는 필리핀의 해외 노동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에서 중국과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중동은 필리핀 제2의 고향’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였지만 이제 옛말이 되고 있다.

14일 중동 현지 매체 알아라비야는 “10년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중동 지역 필리핀인 노동자 취업률이 2017년 전년과 비교할 때 9% 하락한 데 이어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도 8%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중동에 체류하는 필리핀 노동자는 250만여 명으로 가사도우미를 비롯해 건설 현장 노동자, 호텔 종업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 몸담고 있다.

필리핀은 전 국민의 80%가 가톨릭 신자이지만 무슬림도 600만여 명에 달한다. 무슬림 필리핀 노동자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아시아, 유럽보다 이슬람 문화권인 중동 국가를 선호해왔다. 그러나 현지에서 필리핀 노동자가 살해되거나 고용주의 성폭력 사건이 빈번해지면서 중동 선호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2월 쿠웨이트에 거주하는 레바논 남성이 필리핀인 가정부를 살해하고 1년간 냉동고에 숨겼다가 발각됐다. 당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쿠웨이트에 노동자 신규 파견을 중단하고 현지 체류 노동자의 귀국을 요청했다. 게다가 지난해 ‘저유가 쇼크’가 발생하자 중동 국가들은 실업률을 낮추려고 기업에 자국민 채용을 권장했고 상당수 필리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필리핀 노동자들은 현지 집세와 생활비 등을 빼고 남는 돈 대부분을 본국 가족에게 보낸다. 2017년 전 세계에 퍼진 1000만 명 이상의 필리핀 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낸 돈은 281억 달러(약 31조5700억 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10%와 맞먹을 정도로 필리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 취업률이 낮아지면서 본국 송금액도 줄어들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중동의 필리핀 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낸 금액이 2017년 대비 약 10억 달러(약 1조1200억 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필리핀 매체 필스타는 지난해 12월 “2017년 64억 달러에 달했던 중동 지역 필리핀 노동자의 송금액이 54억 달러까지 줄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가 18.2%로 하락폭이 가장 컸고, 사우디아라비아(―11.1%), UAE(―11.1%), 바레인(―9.6%) 등 대부분 국가에서 송금액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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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필리핀 노동자에게 새로운 일터로 중국과 일본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영어교사 10만 명을 포함해 필리핀 노동자를 대규모 채용하겠다며 급여와 복리후생, 교육훈련 등의 내용을 담은 채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실베스트레 베요 3세 필리핀 노동고용장관은 “중국은 영어교사가 많이 필요하며 필리핀이 이 문제를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할 때 받는 급여는 매달 약 1200달러, 필리핀 현지 평균 임금의 4배에 달한다.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는 일본에서는 의료, 농업, 건설현장 등에서 필리핀 노동자 채용이 증가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약 5만 명이 일본에서 일자리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로=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저유가 쇼크#필리핀 노동자#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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