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이탈에 어깨 무거워진 박세혁, “두산은 여전히 강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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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2월 12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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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양)의지 형의 비중이 크긴 했다. 하지만 의지 형이 나갔어도 두산은 강팀이다.”

국내 최고 선수의 백업. 든든한 버팀목 아래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만큼 빛을 보기는 힘들다. 2018시즌까지 박세혁(29·두산 베어스)이 그랬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양의지(31·NC 다이노스)가 떠났다. 버팀목이 사라진 동시에 빛을 볼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NC는 11일 양의지와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올 겨울 최대어로 꼽히던 양의지의 향후 거취를 두고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추측이 쏟아졌다. 일부 두산 선수들도 “두산에 잔류할 것 같다”고 하는 등 그의 행선지는 베일에 싸여있었다.

결국 두산은 양의지를 잡지 못했다. 당장 안방이 비었고, 백업 포수였던 박세혁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박세혁은 상무 야구단 전역 후 복귀한 2016시즌부터 올해까지 3년간 포수로만 1361이닝을 소화했다. 10개 구단 백업 포수 가운데 최다 기록이다. 넉넉지 못한 기회 탓에 타격에서 만개하지는 못했지만 수비력만큼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 외부에서 ‘두산은 주전 포수가 두 명’이라고 시샘했을 정도다. 김태형 두산 감독 역시 “(박)세혁이는 이미 완성된 선수”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양의지의 이적 이튿날인 12일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박세혁은 “당일 아침 소식을 들었다.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다. 그래야 NC를 만나서도 잘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입을 열었다. 박세혁은 한국시리즈 준우승 후 잠시의 휴식도 즐기지 않은 채 개인 훈련 중이다. 양의지의 이탈과 무관하게 내년을 준비 중이었다.

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두산 박세혁. 스포츠동아DB

한 명만 그라운드에 나갈 수 있는 자리임에도 포수끼리는 끈끈한 동질감으로 묶여있다. 양의지와 박세혁도 마찬가지다. 많은 것을 가르쳐준 고마운 선배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박세혁으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다. 하지만 마냥 감상에만 젖어있을 수는 없다. “그간 의지 형에게 많이 배웠다. 이렇게 야구할 수 있던 것도 의지 형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 내가 생각한 야구를 해야 할 시기다. 주위에서 ‘양의지를 놓친 두산은 내년 시즌 흔들릴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또 다른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두산의 마운드는 여전히 리그 최강 수준이다. 좋은 포수가 좋은 투수를 만들 듯, 좋은 투수가 좋은 포수를 만들 수도 있다. 박세혁의 생각도 비슷하다. 투수들의 장단점을 조금 더 면밀히 파악해 연구하겠다는 각오다. 아직 주전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 박세혁도 “내년 개막전에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키고 싶지만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개인적인 목표는 단 하나, 최강팀 두산의 명성을 잇는 것이다. “비중이 컸던 의지 형이 빠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강팀이다”라고 밝힌 박세혁은 “내년에 우리가 우승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나도 어린 나이가 아니다.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겠다”는 다짐을 드러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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