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 캠페인] 깊은 상처 지닌 프로배구, 교육과 경계로 불법스포츠도박 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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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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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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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인들에게 2012년 겨울은 잊지 못할 상처로 남아있다.

당시 프로배구는 불법스포츠도박과 연계된 대규모 승부조작 사건에 현역 선수 11명을 비롯한 총 16명의 남녀선수들이 대거 연루되는 충격에 맞닥뜨렸다. 더 이상 프로배구는 부정행위의 ‘청정구역’이 될 수 없었고, 이후로도 경계 태세를 쉽사리 늦추지 못하게 됐다.

후유증은 꽤 오래갔다. 2013년부터 불법스포츠도박 스캔들 관련자들이 차례로 풀려나면서 V리그에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당시 한국배구연맹(KOVO)는 V리그 일원들에게 긴급 공문을 전달하기도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2014~2015시즌에는 한 선수가 브로커의 협박을 받은 사례를 포함해 두 차례의 승부조작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선수들의 발 빠른 신고로 일단락됐다.

V리그에는 불법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 근절을 위한 여러 기본 장치가 마련돼 있다. 스포츠 건전성을 확보하고 투명한 경기 환경을 만들기 위해 클린센터가 운영되는데, 승부조작 제의 혹은 불법스포츠 배팅, 금품 수수와 요구, 폭행 등 여러 부정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또 KOVO 사무총장과 사무국장, 국민체육진흥공단 건전문화팀장, 스포츠토토 감사팀장, 변호사 1인으로 구성된 부정방지위원회를 구성해 부정행위에 대한 사전 조사 등을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바른 의식과 주기적인 교육이다. V리그 구성원들은 불법스포츠도박은 물론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에도 베팅이 불가능하다. 선수들은 시즌 개막 전 선수등록 신청서와 함께 불법스포츠도박과 도핑 등의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한다. 여기엔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동의가 포함되는데, 이 때문에 스포츠 토토 당첨금 수령시 각 구성원에게 경고가 주어지는 식이다. 이는 스포츠 경기라는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 심판, 연맹 및 구단 직원 모두가 해당한다. 기본적으로 ‘도박’이라는 단어와 벽을 쌓아두는 셈이다.


또 프로배구는 교육을 통해 숱한 부정행위의 불씨를 사전에 차단해왔다. 불법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 근절의 첫 걸음은 구성원의 자진신고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배구는 긍정적인 학습 효과가 여러 차례 있었다. 프로스포츠협회는 프로배구 선수, 지도자, 심판 및 구단 직원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불법스포츠도박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신인 선수들의 경우엔 프로 무대에 오르기 전 자진 신고의 기회가 주어지며 부정행위에 대한 별도의 교육도 받는다. 각 팀 선수단 및 지도자, 심판들도 2018~2019시즌을 앞두고 교육을 마쳤다.

심판진의 경우엔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심판 강습회 기간처럼 심판 전원이 모이는 자리가 불법스포츠도박을 비롯한 부정행위 근절 교육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시기다. 최재효 국제심판은 “전문 강사들이 매년 방문해 교육을 해주고 있다. 한 번은 강동희 전 농구감독이 직접 찾아와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시기도 했다. 매번 새로운 자료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 교육을 잘 해 주시더라”고 했다.

이어 “늘 긴장감을 갖고 있다. 심판들도 거의 배구 선수 출신이다. 어떤 루트로 어떻게 (승부조작의 손길이) 들어올지 모른다. 심판들끼리 모이면 이에 관해 이야기도 한다.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더욱이 타 종목보다 훨씬 더 예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몇 해 전 직격탄을 맞고 유망한 선수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이 큰 자극이 되어 더욱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배구 대한항공 정지석은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 시즌 빠짐없이 교육에 참석하고 있다. 올해는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소속팀에 복귀한 뒤 9월 중순 무렵 동료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그는 “정말 진지하게 교육에 임할 수 있었던 것은 잘못된 예를 들어주며 부정행위의 심각성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그 심각성이 상당히 크게 다가왔다”고 했다.

현대캐피탈은 선수들이 부정행위에 관해 자유롭게 묻고, 직접 신고까지 할 수 있도록 귀를 열어뒀다. 도핑에 관해선 트레이너의 확인 과정을 거쳐 약물을 섭취하고, 승부조작의 어둠의 손길이 다가오면 코칭스태프 혹은 사무국에 곧장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뒀다. 또 타 종목에서 승부조작에 관한 특정 사건이 터지면 다시금 선수단에 주의를 당부하는 식으로 부정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심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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