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4곳 투기지역 추가 지정… 힘빠진 ‘8·2 대책’ 재탕 안 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0시 00분


코멘트
국토교통부가 27일 서울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곳을 투기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경기 광명시, 하남시 두 곳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다. 서울은 이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마포, 용산, 성동, 양천, 강동, 영등포, 강서, 노원구 등 11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번 조치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15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돼 주택담보대출 등의 규제를 받게 됐다. 아울러 국토부는 수도권에 30여 개의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최근 서울 용산, 여의도를 중심으로 강북 일대 집값이 급등하는 이유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에서 개발 계획이 발표되며 국지적 과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시중에는 현금, 6개월 미만 정기예금 등 1116조 원이 넘는 부동(浮動)자금이 떠돌아다니고 있는데 여기에 중앙정부와 충분한 사전 조율 없이 서울시가 발표한 여의도 개발 등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집값 급등에 불을 댕겼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부추기는 일부 투기세력의 행태는 발본색원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 아파트 값 상승은 단지 투기 때문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해야 한다는 실수요도 적지 않아 투기지역 지정으로 효과를 볼지 불투명하다. 지난해 8·2대책 때 정부는 투기지역 지정과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포함한 고강도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름세가 잠시 주춤했을 뿐 1년이 지난 뒤 서울 강남 아파트 가격은 대부분 원상회복했거나 작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장기적인 공급 확대 없는 단기적 수요대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공급대책의 효과도 미지수다. 막연히 수도권 내 30여 곳이라고만 밝히고 있는데 어떻게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의 진앙인 용산, 여의도, 강남 등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 대한 처방이 된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려 시중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있어 과잉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유세 인상도 거래세 인하 등 전반적인 세제 개편과 함께 논의돼야지, 단순히 집값 잡기용으로 동원되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여지가 많다. 역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도심 재개발이든 대체 지역 개발이든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정공법 외에는 집값 안정의 효과를 본 대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과거의 경험이다. 당장 집값을 잡겠다는 조급증부터 버려야 한다.
#국토교통부#투기지역#부동산#주택담보대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