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연찮은 청장 경질, 통계도 ‘코드’ 맞추라는 무언의 압력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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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26일 황수경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실장을 임명한 데 대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야권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고 통계청 내부에서도 전문성과 독립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황 전 청장 직전 4명의 전 청장들의 재임기간은 1년 8개월∼2년 2개월이었다. 황 전 청장이 13개월 만에 전격 경질된 것은 5월 가계소득 동향 발표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하위 20% 소득 역대 최고치 감소’ ‘양극화 지수 사상 최악’으로 해석되는 통계를 내놓으면서 ‘올해 조사 표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저소득층 가구가 많이 포함됐다’는 점을 제대로 홍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계소득조사는 당초 올해부터 없애려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존속을 밀어붙인 것이다. 제 발목을 잡은 정부·여당이 애꿎은 통계청장을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신임 통계청장의 면면이다. 주로 소득불평등 연구를 해온 비전문가라는 이력은 차치하고라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5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 자료를 작성한 인물이라는 점은 통계청이 앞으로 정책에 맞는 ‘코드 해석’을 내놓거나 불리한 통계는 공개를 꺼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당시 통계는 통계청 자료에서 분석 대상을 가구가 아닌 개인 근로자로 바꾸고, 소득 감소가 많은 실직자와 자영업자는 아예 제외해 왜곡 논란에 휩싸였었다. 국가 통계는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다. 정확한 조사만큼이나 객관적인 분석이 중요시되는 이유다. 정권 입맛에 맞는 ‘맞춤형’ 통계 해석은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황수경 통계청장#청와대#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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