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은 문 대통령 원색 비난, 제재 뚫린 南에선 김정은 찬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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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13일 싱가포르 발언을 겨냥해 어제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조-미 쌍방이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실에 눈을 감고 주제 넘는 예상까지 해가며 늘어놓는 무례무도한 궤설에 누가 귓등이라도 돌려대겠는가”라고 했다.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비난을 한 것은 처음이다. 노동신문 주장의 핵심은 남북관계를 비핵화와 연계시켜선 안 되며 핵문제는 미국하고만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지금 국제사회는 유엔 제재라는 틀을 통해 비핵화와 경제 지원 등 모든 요소를 긴밀히 결합시켜 놓고 있다.

하지만 제재가 흔들리면 모든 진전의 기초가 무너지게 된다. 북한산 석탄을 싣고 지난해 인천, 부산항 등을 드나들었던 선박들이 최근에도 한국 영해를 항해하고 있다는 소식은 정부가 소극적으로 방관할 문제가 아니다. 원산에서는 석탄 선적 작업이 여전히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억류해 조사할 수 있는 제재 대상이지만 정부는 아직 ‘의심 선박’ 단계이며, 관세청 사무관 1명이 조사를 맡고 있어 인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19일 “모든 유엔 회원국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한국에 경고를 보냈다. 만약 정부가 제재 이행을 남북 대화만큼 중시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럼에도 국내에선 기대가 현실을 앞지르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19일 대한상의 포럼 강연에서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절대 권력을 다르게 써서 바꾸려고 하지 않느냐. 그게 혁신”이라며 “큰 기업의 2, 3세 경영자들 가운데 김정은만 한 사람이 있느냐”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그룹의 2, 3세 경영자들이 경영권을 승계한 뒤 기업 가치를 수십 배 높여 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을 감안하면 부적절한 비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9일 케냐 동포 간담회에서 “북한에 백성의 생활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현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의 실제 진행 상황에 대해 우리 정부와 사회가 보다 냉철하게 인식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싱가포르 공동성면#남북 정상회담#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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