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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터뷰] 이근호 “선수로 뛸 줄 알았던 월드컵, 해설자로 느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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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인터뷰] 이근호 “선수로 뛸 줄 알았던 월드컵, 해설자로 느껴보니…”

정지욱 입력 2018-07-13 05:30수정 2018-07-1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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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호는 부상으로 2018러시아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었지만, 해설자로 러시아를 찾아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월드컵 휴식기에 울산 현대로 이적한 그는 다시 축구화를 신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현대호랑이축구단

4년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은 전 세계 축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다. 아무나 출전할 수 없다. 국가대표 수식어에 어울리는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 운도 따라야 한다. 월드컵 시기에 맞물려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거나, 부상 없이 건강을 유지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근호(33·울산 현대)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 월드컵 무대 눈앞에서 앗아간 부상

이근호는 2018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축구국가대표팀 1차 소집명단(27명)에 포함됐다. 대표팀은 공격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근호는 23명의 최종엔트리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해 골까지 기록해 손흥민(26·토트넘)을 도울 최전방 자원으로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이근호는 대표팀 소집 직진이었던 5월 19일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경남FC전에서 후반 4분 상대 선수와 엉켜 넘어지면서 무릎 부상을 입었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지 않나. 상대와 부딪쳐 넘어지는 순간 ‘아, 월드컵은 못나가겠구나’ 싶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조용히 마음을 다잡았다. (부상을 당한) 다음날 병원에 갈 때에는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았다.”

예상대로였다. 검진 결과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돼 6주간 휴식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부상과 함께 이근호의 이름은 대표팀 명단에서 지워졌다.

● 해설가로 찾은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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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선수로 월드컵 무대에 나설 기회를 잃었지만, 눈으로 보고 현장에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방송사들은 ‘해설자 이근호’ 섭외에 나섰다. 현역선수인데다 브라질월드컵 출전 경험이 있어 방송사로서는 중계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카드였다. 이근호는 KBS의 제안을 받아들여 ‘해설자’로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로 가게 됐다.

“고민을 많이 했다. 월드컵을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은 아니지 않나. 국내에 있어봐야 우울하게 휴식기를 보낼 것 같아서 제안에 응했다.”

러시아로 향하는 내내 걱정이 몰려왔다. 경기에만 몰입했을 뿐 해설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근호는 “뭔가 준비해서 간 것이 아니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방송을 같이 하는 분들이나 (이)영표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표형은 준비를 진짜 많이 하더라. 같은 방식으로 중계 준비를 해서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상황 변화에 따른 선수들의 심리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감정이입을 해서 좀더 현장감을 높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에 나선 이근호. 해설자로 경험한 러시아월드컵은 소중한 추억이 됐다.

선수가 아닌 해설자로서 찾은 월드컵은 마음가짐이나 경기를 보는 시선이 전혀 달랐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선수들은 오로지 경기에만 몰입한다. 국민의 관심까지 뒤따르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도 떠안게 된다. 월드컵 분위기를 즐길 여력이 없다. 해설도 쉽지 않았고, 매 경기 중계 준비에 바빴지만, 승부에서 벗어나니 월드컵 분위기를 즐길만한 여유는 생겼다.

“월드컵도 한 번 나가보고 해외에서 A매치를 치른 적도 있었지만, 운동장과 호텔만 오가니 그 나라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특히 월드컵 때는 경기에만 몰입하기 때문에 심적으로 분위기를 즐길 여유가 없다. 이번엔 여유가 있더라. 중계가 없는 이틀 정도는 모스크바 재래시장도 가보고, 월드컵 분위기도 즐겼다. 중계 일정이 빡빡해서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이런 여유는 처음이었다. 여유가 어색해서 불안하기도 했다. 은퇴한 느낌이랄까(웃음). 개막전 중계를 위해서 찾았던 루즈니키스타디움이 기억에 남는다. 리모델링이 잘 되어서 시설이 좋았고 개막전이다보니 분위기가 더 와 닿았던 것 같다.”

중계 참여는 축구 강국들의 수준 높은 플레이와 세계축구 흐름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는 월드컵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스페인 축구가 참 재밌게 느껴졌다. 가장 인상적인 팀이었다. 조별리그 중계를 마치고 돌아오니 16강에서 떨어졌더라(웃음). 크로아티아랑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는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토너먼트에 가니까 확 달라지더라. 놀랐다. 수비 안정을 우선으로 하고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카운트 어택을 노리는 팀이 많았다. 세계 축구의 흐름이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귀국 후에는 팀 훈련 일정에 따라야 하니 오전 3시 경기는 못 보고, 오후 11시 경기는 챙겨봤다.”

축구선수 이근호.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부상 회복과 그라운드 복귀

이근호는 월드컵 휴식기에 팀을 옮겼다. 강원FC에서 활약했던 그는 6년 만에 울산 현대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월드컵 조별리그 중계 일정을 마친 직후 본연의 ‘선수’ 신분으로 돌아와 부상 회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해설자로 일하는 기간동안 ‘은퇴한 기분’이라며 웃었지만, 러시아에서도 운동을 거르진 않았다.

그는 “러시아에 개인트레이너와 함께 갔다. 매일 아침마다 재활을 했다. 머무는 호텔에 웨이트트레이닝 시설도 있었고, 조깅하기에 좋은 코스가 있어 운동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전에는 재활하고, 오후엔 중계 준비, 저녁엔 중계를 하면서 바쁘게 보냈다”고 설명했다. 부상 부위는 완쾌된 상태다. 지난 9일부터 팀 훈련에 합류한 그는 복귀를 앞뒀다.

“감독님이나 멤버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팀 분위기는 익숙해서 어색하지는 않다. 또래 김창수와 박주호가 많이 반겨주더라. 최근 팀 훈련에 합류했다. 복귀 시기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이니까 나는 잘 뛸 수 있는 몸만 유지하면 된다. 리그 우승을 노리는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울산|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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