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청각장애 박사 “장애는 열등 아닌 다양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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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문가 꿈 이룬 오영준씨 “장애인 위한 가전 기술 개발”

걸음마를 뗄 무렵 열병을 앓았다. 그리고 청각을 잃었다. 세상의 소리는 기억나지 않는다. 소리를 내는 법도 모른다. 무엇인가 배우려면 남들보다 몇 배 더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청각장애인 박사 오영준 씨(43·사진) 이야기다.

오 박사가 지금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것은 학구열과 아버지의 혜안 덕분이었다. 소리가 없는 따분한 세상에서 어릴 적부터 그는 배움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아들의 학구열을 눈치챈 아버지는 오 박사가 열 살 때 “앞으로는 정보통신 기술자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컴퓨터를 사줬다.

컴퓨터에 대한 흥미는 ‘IT(정보기술) 전문기술인’의 꿈으로 이어졌다. 1997년 서울기능대 정보기술학과(현 한국폴리텍대 정보통신시스템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교수의 입 모양과 얼굴 표정만 보고는 강의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교재와 칠판 필기 내용을 몇 번씩 반복해 읽었다. 학우들도 필기 노트를 복사해주는 등 그를 도왔다.

각종 자격증을 따면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장애인을 위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숭실대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내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청각장애인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현재 한 대기업 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스마트폰 등 각종 가전제품을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장애는 열등이 아닌 다양성이다. 장애인들이 편견을 넘어 미래 사회 리더로 성장하길 응원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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