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수근]“눈이 건강하려면 ‘걷기’ 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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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근 원장
조수근 원장
진료를 마친 환자들이 진료실을 나가기 전에 종종 하는 질문이 있다. “선생님, 눈이 좋아지는 음식이나 영양제는 뭔가요?” 그러면 나는 “그런 비법이 있으면 제가 진작 알려드렸을 거예요”라며 웃고 만다. 물론 황반변성이나 당뇨망막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양제를 권유하거나 관련된 약을 처방하는 경우가 있지만 많은 안과 환자들에게 특별한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

눈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비법을 굳이 말하라면 운동이다. 운동을 해서 눈 건강을 지키라고 하면 흔히 눈 운동을 떠올린다. 하지만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눈 마사지를 하는 것은 일시적으로 눈의 피로를 덜어주거나 건조증을 호전시켜 주는 정도다. 이런 방법은 시력을 위협하는 눈의 다양한 질환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력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눈 질환은 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증, 백내장 등이 있다. 백내장은 개발 도상국가들에서는 실명의 가장 주요한 원인이지만 의료 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적절한 시기에 수술만 받으면 해결 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나머지 질환들은 의료 선진국들에서도 실명의 가장 주된 원인이다.

운동을 포함한 신체 활동이 왕성한 사람들에게서 황반변성이나 녹내장, 당뇨망막증이 덜 발생한다는 것은 여러 역학 연구에서도 밝혀졌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국민건강 영양조사’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현저하게 시력이나 시야가 잘 보존됐다. 각각의 질환들(황반변성, 녹내장, 당뇨망막증 등)을 분리해서 연구한 논문들에서도 비슷한 결과들이 나타났다.

20세기 연구들이 단순하게 현상학적인 관계만을 따져 봤다면 21세기의 연구들은 좀더 구체적인 인과관계들을 밝혀내고 있다. 운동으로 항산화 작용이 촉진되고 근육과 뼈에서 만들어지는 특정 호르몬성 단백질들의 존재와 역할이 알려진 것이다. 근육과 뼈에서 나오는 카텝신-B나 오스테오칼신같은 물질들은 신경세포들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뇌신경 성장인자와 같은 물질들은 유산소 운동을 하면 분비가 늘어 눈의 신경 세포 손상을 막아준다.

운동을 하면 몸속의 혈당이나 지방을 떨어뜨려 당뇨나 고혈압 등의 발병을 막아주고 혈관 손상을 예방해 수많은 혈관들로 이뤄진 눈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적절한 운동은 녹내장의 위험 요소인 안압 상승도 막아준다.

운동이 전신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눈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가가 관건이다. 연구자들은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일 15분씩, 또는 일주일동안 90분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숨을 참고 힘을 주는 운동이나 무거운 것을 드는 근력 운동, 수경을 쓰고 하는 수영 등은 녹내장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시력과 시야가 손상되면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고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서양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걷는 것이 최고의 명약이다”라고 했다. 따뜻한 봄이 왔다.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눈 건강을 지키는 신기한 마법을 경험해 보자.

조수근 조은안과 원장(의학박사·안과 전문의)
#헬스동아#건강#눈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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