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은 고마운데… 산타 할아버지는 ‘종합병동’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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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야간 중노동하는 ‘산타클로스’
건강관리 소홀시 선물 배달 못할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장 바쁜 이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다.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커다란 선물자루를 어깨에 메고 전 세계 착한 어린이를 찾아다니는 산타클로스는 겨울 찬바람과 비좁은 굴뚝을 뚫고 다니느라 몸이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을 것이다.

산타클로스는 1년 중 12월에 일이 집중돼 있다.

야간에 근무하며 무거운 보따리를 지고 집집이 배달을 다닌다.

성수기에 집중 노동을 해야 하는 산타클로스의 강도 높은 노동량과 연령, 체형 등을 감안했을 때 아마도 남모르는 ‘직업병’이 있을 것이다.》

밤에 찬바람 맞고 다녀 안면홍조

루돌프가 끄는 썰매를 타고 찬바람을 가르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해야 하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얼굴은 울긋불긋 붉은 기가 돈다. 안면홍조는 얼굴에 있는 모세혈관이 정상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다. 건조하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 피부가 예민해지면서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요즘같이 미세먼지와 황사까지 겹치면 더 쉽게 발생한다.

박재길 서울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안면홍조증은 주로 성인에게서 나타나며 무척 고질적이고 괴로운 질환”이라며 “얼굴이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붉어지고 화끈거리는 것이 주요 증상인데 심한 경우에는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머리, 얼굴, 목을 중심으로 피부가 빨개지는 홍조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방치할 경우 만성으로 번지거나 얼굴 실핏줄이 보이는 모세혈관확장증, 딸기코 등 다양한 피부혈관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또 피부 탄력저하와 노화도 앞당긴다.

굴뚝 타고 다니면 호흡기질환 위험

겨울은 감기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감염으로 호흡기환자가 급증하는 시기다. 낮은 온도와 급격한 기온변화, 대기오염, 실내 환기 부족 등으로 자칫 방심하면 만성질환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도 쉽게 감기에 걸리고 만다.

산타클로스는 아이들의 선물을 전달할 때 전통적으로 굴뚝을 이용해 집안으로 들어간다. 굴뚝 안에 쌓인 먼지를 생각한다면 산타클로스의 호흡기가 심히 걱정된다. 산타클로스가 오랜 기간 이런 방법으로 선물을 전달했다면 만성 호흡기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겨울에 찬바람에 오랜 시간 노출되고 공기까지 좋지 않다면 평소 만성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 기관지천식환자들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이런 호흡기질환이 급성으로 악화될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 오십견… 방치하면 선물 배달 불가능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퇴행성 무릎 관절염과 오십견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퇴행성관절염은 노화로 생기기도 하지만 무리하게 관절을 많이 쓸 경우 더 빠르게 찾아온다. 무릎은 걸을 때는 체중의 3배, 달릴 때는 5배, 점프할 때는 7배 정도의 하중을 받는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있는 집을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그는 걷기보다 달리고 뛰어 오르내리는 일이 다반사일 것이다. 이 때문에 관절염은 피할 수 없다. 특히 비만이라 무릎 통증은 더욱 심할 것이다.

어깨에 선물자루를 걸치고 배달하는 일을 오래 해 왔기 때문에 오십견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오십견의 정확한 병명은 유착성관절낭염이다. 노화로 관절을 싸고 있는 주머니(관절낭)에 염증이 생긴 후 유착돼 어깨 움직임이 힘들어지는 증상이다. 초기에는 어깨통증이 서서히 오다가 점점 진행되면 팔을 들어올릴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들고 잘 때 통증이 있는 쪽으로 돌아누우면 참기 힘들 정도로 아프다. 산타클로스가 오십견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어깨에 선물자루를 메는 것은 고사하고 선물상자를 들어올리지도 못할 수 있다.

퇴행성 척추질환, 복부 비만에 악화

굵은 주름과 하얀 수염으로 짐작건대 환갑을 훨씬 넘었을 산타클로스는 허리 역시 성치 않아 보인다. 대표적인 노인성 척추질환으로 퇴행성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을 들 수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척추 사이에 있는 디스크(추간판)를 둘러싼 섬유륜에 균열이 생기고 수핵이 빠져나와 이것이 주변 신경을 눌러 통증을 느끼게 되는 질환이 퇴행성 허리디스크다. 디스크 퇴행은 20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거나 복부 비만이 있으면 더 쉽게 유발된다.

산타클로스는 일의 성격이나 체격, 나이 등으로 보건대 척추관협착증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척추관협착증은 엉덩이나 다리로 가는 신경다발이 지나는 관인 척추관에 디스크, 뼈, 인대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동그란 모양이어야 하는 척추관이 삼각형으로 변하면서 신경이 눌려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척추 퇴행성 질환 중 하나로 40대 이후 발병률이 증가하며 허리를 펴면 통증이 심해지기 때문에 점점 더 허리를 숙이게 된다.

고혈압, 추위에 뇌졸중 발생 위험 높여

산타클로스는 대사성 질환과 심장병을 조심해야 한다. 심각한 복부 비만 증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대사증후군이 의심된다. 야간에 집중적으로 일하는 만큼 빠르게 열량을 섭취하기 위해 탄수화물 위주의 야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게 되면 질환이 더 악화된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고혈압이 있다면 추위에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할 수도 있다. 건강한 사람들도 대기온도가 1도씩 내려갈 때마다 혈압은 0.2∼0.3mmHg 올라간다.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피부 혈관이 수축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산타클로스에게 내리는 긴급 처방은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이브에 좀 더 안전하게 많은 어린이에게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서는 출발 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빨간 겉옷 안에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허리나 주머니에 핫팩을 부착해 척추나 관절이 뻣뻣해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털부츠 바닥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부착해 낙상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선물을 배달하는 중간에 휴식을 취하며 과로를 조심하고 충분한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보습제를 얼굴에 발라주는 것도 좋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앞으로도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려면 1년 내내 꾸준한 운동으로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이기 때문에 무리한 근력운동보다는 가벼운 걷기나 실내용 자전거 타기 등으로 체력을 강화하고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기를 것을 권장한다. 평소에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고 주 3∼5회 규칙적인 운동과 고단백 저열량 식이요법으로 정상 체중까지 몸무게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산타클로스#크리스마스#직업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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