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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자외선… 렌즈로 잡고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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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자외선… 렌즈로 잡고 세상을 본다

조성하 전문기자 입력 2018-07-14 03:00수정 2018-07-14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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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스, 안경렌즈의 자외선 차단 기준을 새로 정하다
자외선 차단 확인 장비. 육안으로는 같아도(가운데) 검게 변한 렌즈만 자외선을 차단 중(위).
시(視) 청(聽) 후(嗅) 미(味) 촉(觸).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는 ‘오감(五感)’이다. 여기서도 중요도를 따진다면 무엇이 첫째일까. ‘시각(視覺)’이다. 최근 한 실험을 통해 체험으로 이걸 자각했다. 하지(夏至)인 지난달 21일 노르웨이 북쪽의 북위 70도 근방에 800명쯤 사는 조그만 섬 솜마뢰위(Sommarøy)에서다.

독일 광학회사 자이스는 그날 거기서 ‘자외선 차단 탐험대(UVProtection Expediton)’ 행사를 열었다. 여기엔 100여 명의 기자와 블로거, 유튜버 및 안광학업계 관계자가 참석했다. 행사의 초점은 안경렌즈의 자외선 차단 기준을 4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까지 올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것. 그래서 굳이 낮이 가장 긴 하지에 온종일 해가 지지 않는 백야(白夜) 현상의 고위도 섬을 찾은 것이다. 이쯤 돼야 자외선 노출이 지상 최대에 이르러 자이스의 메시지가 보다 확연하게 전달될 터여서다. 알려졌다시피 자이스는 172년 역사의 자타 공인 세계 최고(最古)의 첨단광학 재단법인(法人)이다.

시각실험은 우리 일상이 얼마나 눈에 의존하는지를 통찰케 했다. 완벽한 암흑공간에서 한 그룹은 맛을, 한 그룹은 손으로 무게를 쟀다. 과일을 맛보게 하고 주머니 5개를 들어보게 했다. 그런 뒤 이름을 대고 무게 순서로 배열하는 것인데 이게 너무도 어려웠다. 맛보기에 참가한 중국그룹은 밖에 나와 레몬임을 알고는 믿기지 않는 듯 놀란 표정으로 서로 쳐다봤다. 무게 재기에 참가한 나도 마찬가지. 볼 수 없어 느끼지 못한 게 내내 의아했다. 본다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다. 그걸 깨닫자 자이스의 기준 상향의 의미가 제대로 부각됐다.

400nm 자외선을 차단하는 특수 재질 안경렌즈(왼쪽)와 그렇지 못한 보통 렌즈. 통과한 자외선이 감광물질(윗부분)을 활성화시켜 UV란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현재 유통되는 일부 투명 안경렌즈는 자외선을 차단한다. 문제는 그 수준이다. 태양에서 방출되는 자외선(紫外線) 에너지다. 그 이름은 전자기파 스펙트럼에서 보라색 띠에 인접해 그렇게 붙여졌는데 파장은 10∼400nm. 이것도 C, B, A로 나뉘는데 가장 짧은 C(10∼280nm)는 오존층에서 100% 반사되고 B(280∼315nm)와 A(315∼400nm)만 도달하는데 B의 경우 안경 착용자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통 안경렌즈(선글라스 포함)의 절반이 350nm까지 차단해주어서다.

문제는 인체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그보다 더 큰 파장(에너지)의 자외선A다. 파장이 길면 에너지도 크다. 그렇다 보니 수정체를 뚫고 망막까지 침투한다.(옆그림 참조) 백내장은 수정체 손상으로 인한 질환. 세계보건기구(WHO)는 백내장이 실명 원인의 48%를 차지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망막에 이상이 생겨도 백내장처럼 사물이 흐리게 보인다. 그리고 그런 망막 손상 역시 실명의 직접적 원인이다.

자이스에 따르면 세계에서 팔리는 투명 안경렌즈(재질1.5·수치는 굴절률)의 절반이 360nm 이상의 자외선을 차단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보다 좀더 높은 굴절률의 열가소성 플라스틱 중합체 렌즈도 380nm에 그친다. 그건 안경렌즈에 관한 국제기준(ISO 8970-3)을 따른 건데 자이스는 이것도 태부족이란 입장. 햇빛 자외선의 40%가 380∼400nm로 확인돼서다. 여기에 비추면 세상의 모든 안경렌즈는 자외선A로부터 눈을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한다. 그래서 자이스는 자외선 차단 기준을 400nm로 올리고 그걸 가능케 하는 자외선A 완벽 차단 특수재질 렌즈를 개발했다. 현재 판매되는 자이스 안경렌즈(투명 및 채색)는 모두 이것이다.

광학회사 자이스는 독일 오버코헨(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 있고 거기엔 광학역사를 조명하는 박물관이 있다. 저명한 안과의사인 캐나다의 미겔 부르니에 맥길대 교수는 지난달 20일 여기서 임상 결과를 공유하는 강연을 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신체 피부조직 중 자외선에 직접 노출되는 건 눈”이란 사실. 강연도 자외선A가 아래 눈꺼풀의 피하층까지 침투해 종양(피부암)을 일으킨 사례에 집중됐다. 이 부위 종양은 차단크림으로도 막지 못해 안경렌즈만이 유일한 예방책. 자이스가 차단 기준을 400nm(자외선A)로 상향 조정한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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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 자외선은 우리 몸 스스로 비타민D(뼈 성장)를 형성시키는 유용한 자극제다. 반면 피부암 백내장을 유발하는 유해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정답은 ‘기피’. 자외선은 그렇듯 무섭다. 하지만 우리의 지식은 빈약해 오해마저 심하다. 자외선 수치 최고점이 해가 중천(오전 11시∼오후 2시)일 때라는 것이 대표적. 그렇지 않다. 이전과 이후 각각 두 시간이 최고다. 흐린 날엔 낮다는 것도 상식의 허. 그 이튿날 하지에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자외선 차단 탐험 중엔 자외선 반응 팔찌(자외선 노출 시 보랏빛으로 변색)가 제공됐는데 ‘리퀴드 선’(Liquid Sun·비가 오락가락하는 흐린 날)인데도 팔찌는 보랏빛을 띠었다.

자외선에 관한 상식의 첫 번째, 그건 어디에도 있다는 것이다. 땡볕을 피해 들어선 나무 그늘에서도 노출된다. 주변 물체로 인한 반사와 공중물질에 의한 산란 여파다. 놀라지 마시라. 연중 자외선 노출량의 80%가 반사와 산란에서 온다. 흐린 날에도 자외선은 맑은 날의 70∼75%. 역시 대기 중 습기(물분자)와 소립자에 의한 산란이 원인이다. 구름 반사도 무시할 수 없는데 넙적 적운(積雲·위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이 가장 크다. 반사 자외선의 극대치는 스키장 같은 설원. 지표에 이른 자외선 80%를 반사시킨다. 바다의 자외선 반사량도 엄청나 어민의 눈 보호가 시급하다. 반면 건조한 모래해변은 15% 수준으로 낮다.

자외선 노출은 고도에도 비례(1000m당 10∼12%)한다. 하지만 역전도 관측된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원주민(인도)의 경우 도시보다 적었다. 고산에선 다량의 자외선이 흙에 흡수된 데 반해 도시에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에 의한 산란과 반사로 노출 기회가 더 많은 탓이다.

솜마뢰위(노르웨이)=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자외선 차단 렌즈#안경렌즈#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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