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금감원 감리 수용않고 ‘반쪽 결론’… 삼바 심의 장기화될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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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위반”… 분식회계 결론은 유보

“이건 명령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심의한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증권선물위원장)은 12일 증선위 의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금융감독원에 새로운 감리를 요청한 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증선위가 5차례 회의를 열고도 이날 ‘반쪽짜리’ 결론을 발표한 것은 금감원의 감리 결과만으로는 고의 분식인지, 중과실인지 밝히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초 감리 결과를 수정해 제출하라는 증선위 요구를 거부했던 금감원과 금융위 간의 갈등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 금감원 수정 거부에 공시 누락 결론만

증선위는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합작 투자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자회사 콜옵션(주식매

수 청구권) 등을 부여하고도 공시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회계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이 된 자회사 회계처리 변경과 관련해서는 판단을 보류하고 다시 감리를 요구했다.

당초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고의적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증선위에 대표이사 해임, 대표 및 법인에 대한 검찰 고발, 과징금 부과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지난달 금감원에 감리 내용을 보완하라고 요청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분식회계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정해야 하는지 더 설명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회계처리도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끝까지 증선위 요청을 거부하자 증선위는 이대로는 결론을 내리기 적절치 않다고 봤다. 김 부위원장은 “관련 회계기준의 해석과 사실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지만 핵심적인 혐의와 관련해 금감원 조치안의 내용이 행정처분을 내리기엔 명확성과 구체성 측면에서 미흡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선위 결정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증선위가 새로운 감리를 하라고 한 만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회의를 거쳐 대응 방향과 향후 감리 계획 등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 ‘분식회계 결론’ 장기화 불가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선위 결정에 대해 즉각 “행정소송 등 법적 구제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반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 규정에 따르면 해당 사항을 반드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며 “공시 누락 당시엔 관련 투자자가 삼성물산, 삼성전자, 퀸타일즈 등 대주주밖에 없었기 때문에 공시 누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증선위는 이날 공시 누락의 고의성을 인정하면서도 고의로 판단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공시 누락을 왜 고의로 판단했는지는 검찰에 고발될 예정이어서 지금 단계에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연관성과 관련해서도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금감원의 재감리 결과가 나오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장은 “이제 금감원이 명백한 분식회계를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갖고 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전날보다 3.37%(1만4000원) 오른 42만9000원에 마쳤지만 증선위 발표 이후 시간 외 거래에선 가격 제한폭(9.91%)까지 급락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이건혁·박성민 기자
#증선위#금감원 감리#삼바 심의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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