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나는 북극곰 통키가 보내는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2일 0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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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통키가 물에 몸 절반을 담근 채로 꽁치를 먹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극곰 통키가 물에 몸 절반을 담근 채로 꽁치를 먹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내 이름은 통키. 올해 스물셋 하얀 북극곰이에요. 북극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답니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났거든요. 세 살 때 경기 용인 에버랜드로 이사 왔어요. 내가 온 뒤로 에버랜드 동물원을 1억4000만 명이나 찾았다니 다들 내 얼굴 한두 번은 봤을 거예요.

올여름은 한국에서 맞는 마지막 여름입니다. 11월에 영국으로 요양 이민을 가요. 사람 나이로 70세가 넘었어요.

왕년에는 나도 한 미모 했다고요. 가을이 되면 뽀송뽀송한 흰 털이 차올랐지요. 하지만 지난해부터 새로운 털이 더디게 자라네요. 듬성듬성 까만 피부가 보입니다. 생닭보다는 푹 익힌 닭이 좋고요. 생선도 부드러운 것만 먹게 됐습니다. 같이 살던 북극곰 친구들도 하나둘 떠났고 나 혼자 남았어요.

북극곰 통키가 두 발로 일어선 채 사육사가 던져준 닭고기를 받아먹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북극곰 통키가 두 발로 일어선 채 사육사가 던져준 닭고기를 받아먹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그러나 아직 나는 몸무게 500㎏에 키도 320㎝랍니다. 북극곰 친구 4마리가 있는 영국 요크셔 야생동물공원에서 몇 년은 더 거뜬히 지낼 수 있을 겁니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야 해서 걱정이긴 하지만요.

북극곰 통키가 얼음에 박혀있는 꽁치를 꺼내먹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극곰 통키가 얼음에 박혀있는 꽁치를 꺼내먹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한국에서의 마지막 여름을 잘 보내라고 사육사 아빠가 ‘통키 건강프로젝트’를 가동했어요. 야생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면서 매일 밥 양을 다르게 줘요. 상상은 잘 안 되지만 동물원을 벗어나면 밥을 못 먹기도 한다는군요. 하루에 12~16㎏을 먹는데 이틀에 한 번은 얼음 속에 든 사료를 수영장 물에 녹여 먹어요. 사료를 꺼내려면 몸을 움직여야 하고 얼음이 차가워서 저한테 딱 이래요. 요즘에는 나뭇가지나 장난감 공도 줬다 뺐었다 합니다.

북극곰 통키가 나무 막대기를 쥔 채 수영하며 놀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북극곰 통키가 나무 막대기를 쥔 채 수영하며 놀고 있다. 에버랜드 제공
나를 15년간 돌봐준 사육사 아빠가 제일 마음에 걸려요. 아빠는 마지막 북극곰 사육사가 된다나 봐요. 나 덕분에 사육사 엄마를 만나 결혼까지 했다니 내가 아들이나 마찬가지랍니다. 관람객이 방사장 안으로 떨어뜨린 물건을 옛날에는 다 물어뜯어 버렸지만 아빠 얼굴을 봐서 내가 참았어요. 다시 돌려줘야 하니까요. 8년 전 내 여자친구 밍키가 죽었을 때 나처럼 밥도 못 먹고 슬퍼하던 모습, 영원히 기억할게요.

북극곰 통키가 꽁꽁 언 꽁치를 손에 쥐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북극곰 통키가 꽁꽁 언 꽁치를 손에 쥐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관람객 여러분, 한국을 떠나기 전에 나를 만나면 “통키야 고생했어!”라고 외쳐 주세요.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북극곰 통키의 마지막 한국 여름맞이를 의인화해서 편지 형식으로 풀어봤다.

용인=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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