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도 없이 라돈침대 옮기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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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들 수거 앞두고 대책소홀 반발
16일부터 이틀간 행정직까지 투입… 마스크-장갑 착용 요령 등 교육 안해
노조 회견에 “교육-장비 제공” 뒷북

14일 출근한 집배원 A 씨(42)의 가방 속에는 방진마스크 1개가 들어 있었다.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2만 원짜리 마스크다. 이날 오전 A 씨의 아내가 챙겨 넣었다. 주말부터 ‘라돈침대’ 수거에 투입될 남편을 걱정해 인터넷에서 미리 구입한 것이다.

우체국이 16일부터 이틀간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집중 수거할 예정인 가운데 일부 집배원이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전국집배노조는 1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편의라는 대의를 앞세워 집배원에게 안전하지 못한 수거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집배노조는 우정사업본부(우본)의 7개 노조 중 하나로, 조합원은 약 300명이다.

우본에 따르면 ‘라돈침대’ 수거에는 이틀간 직원 3만여 명, 차량 3200여 대가 투입된다. 수거 대상은 매트리스 6만∼8만 개다. 집배원뿐 아니라 행정직원도 동원된다. 이번 수거는 라돈침대 수거가 지연되자 국무총리실이 우체국 물류망 활용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지난달 15일 대진침대 매트리스 모델 7종이 안전기준에 부적합하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19일 업체 측에 수거 및 폐기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라돈이 나오는 ‘모나자이트’를 사용해 만든 대진침대 매트리스 24종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

전국집배노조는 “우본이 수거 계획을 내놓으면서 라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수거 시 유의할 점 등 최소한의 안전교육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특급 분진 마스크와 장갑, 비닐 제공 △올바른 마스크 착용 등 안전교육 진행 △수거 인원의 최소 10%에 대한 라돈 측정 등의 요구안을 우체국에 전달했다. 이들은 “요구안이 이행되지 않으면 작업 중지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했다.

우본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한다고 뒤늦게 밝혔다. 방진마스크와 장갑 제공 계획도 내놓았다. 작업 후 방사선 측정을 희망하는 직원은 원안위에서 검사를 받게 할 예정이다. 그러나 집배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A 씨는 “국가적인 상황이라 이해는 한다. 하지만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집배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안전교육#라돈침대#대책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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