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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동정민]‘모범’ 프랑스도 저출산 고민… 무슬림 이민자만 출산율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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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동정민]‘모범’ 프랑스도 저출산 고민… 무슬림 이민자만 출산율 2배

동정민 파리 특파원 입력 2018-05-30 03:00수정 2018-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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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파리 특파원
프랑스 엄마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가끔 보다 보면 ‘프랑스 엄마는 모성애가 있나’ 싶을 때가 있다.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고 집에 오자마자 따로 재우고, 모유 수유도 거의 하지 않는다. 육아 휴직은 최대한 짧게 하고 어린이집이나 보모에게 아이를 맡긴다.

프랑스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롤모델로 등장하는 단골 국가다.

가족수당이 넉넉하고 사교육도 없어 애 낳고 키울 때까지 돈 드는 일이 거의 없는 것도 부러운 일이지만 프랑스에서 한국 엄마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건 엄마의 역할을 강요하지 않는 문화다.

임신부만 보면 대중교통에서 누구든 자리를 비켜주고, 유치원에 가보면 세 명 중 한 명은 아빠가 아침에 데려다준다. 애가 아프면 눈치 보지 않고 언제든 퇴근도 가능하다. 집에 와서 애들 숙제 봐주는 일도 없다. 숙제를 하든 안 하든 아이들의 몫이다.

한국 여성들에게 ‘출산 파라다이스’로 여겨지는 그런 프랑스가 요즘 출산율 저하로 다시 비상이다. 출산율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줄어들어 1.88명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는 매달 1000명 이상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유가 궁금해서 전문가들을 찾았다. 인구학적으로 가임여성 베이비붐 세대가 끝나가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급격히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누구도 뚜렷한 원인을 제시하지 못했다. 출산, 육아에 대한 정부 지원이 약간 줄고 지난해까지 경제가 좀 어려웠지만 그건 늘 있는 일이었다.

결국은 젊은 여성들이 아기 낳기를 싫어한다는 뻔한 결론에 이르렀다. 프랑스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니 실제로 그랬다. 한국 엄마들에겐 부러워 보여도 프랑스 여성들은 “일과 가정을 병행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출산을 점점 미뤄 출산연령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점점 더 안 낳게 된다는 거다. 전 세계의 공통된 고민인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는 역설적으로 전 세계가 노력해 여성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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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가 이어지고, 25일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150년 만에 낙태가 합법화된 것도 여성의 위상이 높아져 가능했다. 페이갭(남녀 간 임금 격차)이 해소될수록 “남자는 돈 벌고 여자는 집안일을 돌본다”는 전통적인 역할 구조는 깨질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여성들은 아이에게 본인의 인생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18∼34세 젊은층의 85%가 낙태 허용에 투표했다.

2050년이면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 인구 다섯 명 중 한 명은 무슬림이 된다고 한다. 무슬림 이민자들의 출산율이 비무슬림보다 두 배 가까이 높기 때문인데 이는 무슬림의 남성 중심 문화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렇다고 다시 여성들만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저출산 해법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산에 대한 여성들의 마음을 되돌리려면 금전적인 지원 정도가 아니라 ‘아이 낳으면 나만 손해 본다’는 피해의식을 해소하고, 보상해줘야 한다.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여성들은 예외 없이 지원해야 한다. 불임 부부, 비혼모, 노산(老産) 임신부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그 첫걸음이다.

아기가 태어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
#저출산#프랑스#낙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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