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열풍 속 우리 고전문학도 다시보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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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불평등 소재 다룬 작품 많아… 학계, 비판적 재해석 움직임

심청전의 한글 활자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심청전의 한글 활자본.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한 나라의 공주가 성추문에 휩싸인다. 실체는 없고, 소문만 있을 뿐이다. 하루아침에 정조를 지키지 못한 여인으로 낙인찍힌 공주는 궁에서 쫓겨난다. 헛소문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여성이 기댄 것은 한 남성. 결국 그와 결혼했지만 알고 보니 모두 남편이 악의적으로 꾸며낸 짓이라면?

한국 최초의 4구체 향가로 평가받는 ‘서동요’의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전이지만 내용만 보면 주인공인 서동(薯童·백제 무왕의 어릴 때 이름)이 신라 선화 공주에게 가한 성폭력적 서사가 담겨 있다. 이처럼 여성을 억압하는 고전 작품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열풍이 일고 있는 요즘, 한국 사회는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학계에서는 성불평등 소재를 다루고 있는 고전 문학작품들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관에 맞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지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문학교육학회와 반교어문학회의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가부장적 고전 텍스트에 대한 문학교육현장의 고민’ 논문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교수는 “대다수 교과서에 수록된 대표적인 고전 작품들을 현재의 기준에서 살펴보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맞지 않는 것들이 많다”며 “고전이라는 것이 단지 오래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대를 가로지르는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는 점에서 재검토할 만한 고전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여성 영웅 작품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박씨전’을 보자. 주인공 박 씨는 비범한 능력으로 병자호란 중에 적장을 무찌른 호국 영웅이다. 그러나 정작 포상을 받는 이는 남편과 시댁이고, 박 씨는 외모의 변화에 의해 평가가 달라지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교수는 “여성의 외모를 중시하는 분위기와 능력이 뛰어남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유리천장’ 등 현재 우리 사회에도 함의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며 “고전이라고 무조건 가르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이들 작품이 안고 있는 한계 등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미투 운동#고전 문학#성불평등 소재 고전 문학#서동요#박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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