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흥행, 디즈니·가족 뮤지컬 터전 만들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월 17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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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이 ‘뮤지컬 왕’다운 위용을 뽐내고 있다. 지난해 말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하며 흥행 열풍을 일으킨 ‘라이온킹’은 서울 공연에서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이 공연은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다.

아날로그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라이온킹’은 디지털시대에 뮤지컬이 내놓을 수 있는 답이다. 연출 줄리 테이머(67)가 각 동물의 모습과 특징을 표현한 방법과 아이디어는 시적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음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팝의 전설’ 엘턴 존(72)과 전설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75) 콤비와 작품의 근간이 되는 아프리카의 솔을 담아낸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레보 엠(55), ‘영화 음악의 대부’ 한스 지머(62) 등이 동명 뮤지컬 애니메이션에 이어 뮤지컬 작업에 그대로 참여했다.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음악상과 주제가상을 모두 휩쓴 애니메이션 원곡을 뮤지컬 무대에 맞게 편곡했다. 아프리카 토속 리듬과 멜로디는 물론 서정적인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넘버들은 빼놓을 것이 없다.

동명 디즈니 애니메이션(1994)을 원작으로 한 ‘라이온킹’은 1997년 11월13일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비평, 흥행 양쪽에서 각종 기록을 쓰고 있다.

이듬해 미국 최고의 공연예술상인 토니상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받았다. 뉴욕드라마비평가상, 그래미 어워즈, 이브닝 스탠더드 어워드,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즈 등 메이저 시상식에서 의상, 무대, 조명 등 모든 디자인 부문을 휩쓸며 70개 이상의 주요상을 거머쥐었다.

지금까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공연했다. 20개국 100개 이상의 도시에서 95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다. 81억달러(약 9조922억원)를 벌어 들였다.

◇디즈니 뮤지컬, 국내서 자리 잡을까


디즈니는 브로드웨이뿐 아니라 국제 뮤지컬 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1994년 첫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선보인 이후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10대 이하의 어린이 관객을 중심으로 한 가족 관객을 끌어들인 동시에, 뮤지컬에 관심 없지만 디즈니에 익숙한 신규 관객을 유입했다.

한국에 첫 선을 보인 디즈니 뮤지컬 역시 2004년 ‘미녀와 야수’ 라이선스 공연이다. 2005년 ‘아이다’, 2016년 ‘뉴시즈’ 등이 이어 라이선스 공연했다.

‘패밀리 뮤지컬’로도 불리는 ‘라이온킹’은 특히 뛰어난 완성도와 공감대로 관객의 폭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주로 20, 30대 여성에게 한정된 한국 뮤지컬 관객 연령대를 가족 전반으로 넓힐 수 있다는 기대다.

이번 공연은 초연 20주년 기념 인터내셔널 투어의 하나다. 25번째 프로덕션으로, 다른 나라에서 공연한 것들과 다른 점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세계 공통의 작품을 선보이고자 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하다. 지난해 3월 마닐라를 시작으로 6월 싱가포르를 거쳐 한국에 상륙했다. 기존의 버전들은 해당 나라만을 위한 프로덕션이었다.

원어 그대로 아시아 대륙을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와 코사어는 공기 반·소리 반이라 다른 민족들 언어로 느낌이 잘 안 산다”면서 “이번 ‘라이온킹’ 투어 공연은 날 것 그대로의 재미를 들려주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라이온킹’이 첫 선을 보인 것은 약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10월 일본 극단 시키가 국내 첫 뮤지컬 전용극장인 잠실 샤롯데시어터 개관 기념작으로 1년간 공연했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시장 등의 이유로 흥행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원 교수는 이번 ‘라이온킹’ 흥행에 대해 앞서 가족뮤지컬 시장이 테스트됐다고 봤다.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등을 통해서 가족 뮤지컬시장이 테스트가 됐다”면서 “‘미녀와 야수’는 흥행을 하지 못했다. 당시 가족 뮤지컬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당시 다른 공연보다 높은 티켓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있었다. 뮤지컬에 대한 애호가 집단도 늘어나면서 디즈니 산 가족 뮤지컬의 한국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연평론가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도 ‘라이온킹’에 대해 “남녀노소의 성비가 균형을 이룬다는 점만으로도 뿌듯한 작품”이라고 했다.

“최근 태양의 서커스 ‘쿠자’도 그렇고, 가족 단위로 볼 수 있는 작품들이 흥행했다”면서 “유럽 사극 뮤지컬처럼 역사적 배경을 필요로 하지 않고, 내용도 쉽다. 이런 가족 단위 콘텐츠를 원하는 계층과 ‘라이온킹’, ‘쿠자’ 공연이 맞물렸다”고 봤다.

최근 공연한 태양의 서커스 ‘쿠자’도 흥행에 성공했다. 86회 공연하며 객석 점유율 95%를 기록, 총매출 258억원을 올렸다. 2007년 태양의서커스 첫 내한 공연 ‘퀴담’의 관객수 17만명을 멀찌감치 제친 기록이다.

머지 않아 또 다른 디즈니 뮤지컬이 국내 첫 선을 보일 예정이다. 국내 주요 공연 제작사 중 한곳이 뮤지컬 ‘프로즌’(겨울왕국) 공연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왕국’의 흥행 여부도 관심사다. 지 교수는 ‘라이온킹’과 ‘겨울왕국’의 관객층을 다르게 봤다. “‘겨울왕국’도 가족 이야기가 있지만 서사가 ‘라이온킹’보다 조금 더 복잡하다”면서 “물론 ‘라이온킹’으로 인해 디즈니 작품을 보는 관객층이 생길 수 있지만, ‘겨울왕국’은 여성 관객의 지지를 얻은 ‘위키드’랑 비슷한 관객층이 형성되지 않을까”라고 예측했다.

◇뮤지컬 불모지, 부산 들썩일까


‘라이온킹’이 뮤지컬 불모지로 여겨지는 부산에서 새로운 붐을 일으킬지 관심이다. 3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에서 공연한 뒤 3월 개관하는 부산의 드림시어터 개관작으로 4월 이곳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부산은 유명 라이선스 뮤지컬이 재미를 보지 못한 곳이다. 톱 뮤지컬배우도 부산에서 공연하면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산에 뮤지컬 관객층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원 교수는 “부산이 규모가 있는 도시인데 뮤지컬 전용관이 없었다”면서 “‘뮤지컬 도시’인 대구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뮤지컬이 1년 내내 안정적으로 공연한다. ‘드림시어터’ 개관은 부산이라는 도시 수준에 맞는 인프라 구조를 갖게 해줘 공연 산업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고 했다.

지 교수 역시 “부산이 부유한 도시라, 뮤지컬 관객층이 존재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붐업을 시키기 위해서는 2006년 성남아트센터가 ‘미스사이공’ 한국초연 무대를 선보인 보기처럼 “부산에서 초연 등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공연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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