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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본다…‘혼영·혼공족’이 바꾸는 문화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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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본다…‘혼영·혼공족’이 바꾸는 문화 풍속도

김민기자 , 김정은기자 입력 2018-06-24 16:15수정 2018-06-2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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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러 온 커플이나 친구, 가족이 삼삼오오 몰려있는 가운데 유독 상영관 한 곳의 풍경이 독특했다. 관객석은 하나하나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손잡고 영화 보기’는 엄두도 낼 수 없다. 게다가 좌석마다 양옆에 높은 칸막이가 쳐져 있어 옆에 앉은 사람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이 유별난 영화관은 혼자 영화를 즐기는 관객을 위해 만들어진 ‘혼영관(혼자 영화 보는 이를 위한 상영관)’이다.

‘혼영관’은 지난 1일 개관한 서울 영등포구의 ‘씨네Q’ 신도림점에 마련됐다. 씨네Q 관계자는 “최근 영화를 혼자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혼영족 가운데 특히 영화 마니아가 많은 점을 감안해 영화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상영관을 꾸몄다”고 밝혔다. 영화관은 이런 혼영족을 위해 맥주 한 캔과 간단 안주로 구성한 ‘혼맥 세트’도 판매한다.

요즘 영화 공연 등 문화산업에서 ‘1인 관객’은 최고의 핫이슈다. 문화콘텐츠를 홀로 즐기는 이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2년 CGV를 찾은 1인 관객은 전체의 7.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4년 9.2%, 2016년 13.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더니 지난해엔 17.1%까지 뛰어 올랐다.

각 연령별로 살펴봐도 ‘혼영족’은 이제 상당한 관객 파워를 지니고 있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 가운데 30대 남녀는 1인 관객이 각각 16.1%, 13.4%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건 60대 이상 남성(13.9%)과 40대 남성(12.8%), 60대 이상 여성(12.1%)도 홀로 영화를 즐기는 비중이 만만치 않게 높다. 혼영족이 세대를 아우르는 흐름이 됐음을 보여준다.

티켓 값이 만만치 않은 공연계는 ‘혼공족(혼자 공연 보는 관객)’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모양새. 국내 최대 공연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에 따르면 1인 1장 공연(뮤지컬 연극 콘서트 오페라 무용) 예매가 2005년 11%에서 지난해 43%로 거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늘어났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내놓은 ‘공연소비 트렌드 분석’에서도 혼공족은 강력한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온라인 공연 티켓 예매율에서 1인 가구(29.5%)가 영·유아 가구(36%)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센터 관계자는 “실제로 올해 공연 트렌드 키워드에 ‘혼공(혼자 공연관람)’ ‘나만의 모바일’ 등이 리스트에 올랐다”고 전했다.

혼공족들이 늘면서 관련 마케팅도 늘고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2월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삼성카드 스테이지’ 공연에 ‘혼공석’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공연제작사 신시컴퍼니도 뮤지컬 ‘아이다’ 공연 1인 예매 관객에 한해 전시회 티켓과 커피 잔, 화장품 등을 선물로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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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영화관과 공연장을 찾는 장점은 뭘까. 다수의 혼영·혼공족들은 △취향대로 작품 선택 △작품 몰입 가능 △시간 선택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직장인 김승환 씨(31)는 “데이트를 위해 공연을 보면 상대방 취향을 고려해야 하지만 혼자 볼 때는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하다”고 했다. 직장인 정모 씨(25·여)는 “주변 눈치 볼 것 없이 펑펑 울거나 마음껏 웃을 수 있어서 좋다”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후원한 독립영화나 관객 참여형 연극처럼 주변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작품은 혼자 감상하기 좋다”고 말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과거에는 영화나 공연이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를 위한 것으로 인식된 반면, 최근에는 작품 감상 자체에 무게 중심을 두는 관객의 취향 변화도 엿보인다”고 진단했다.

▼ ‘혼공-혼영족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직장인 윤미정(34)씨는 한번 꽂힌 작품은 캐스팅을 달리하며 기본 3번 이상은 보는 일명 ‘회전문 관객’으로 불리는 뮤지컬 마니아다. 2007년 초연된 뮤지컬 ‘쓰릴미’를 관람한 뒤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윤씨는 “뮤지컬 티켓가격은 대개 6~14만 원대로 고가에 책정돼 있어 여러번 함께 볼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아 주로 혼자 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뮤지컬 ‘쓰릴미’ ‘헤드윅’ ‘여신님이 보고 계셔’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일수록 혼공족들의 비율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혼공족들은 어떤 작품을 선호할까. 24일 공연예매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2010~2011년 2년 연속 ‘클래식&오페라’ 장르가 1인1티켓 구매자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2012~2014년 3년간 콘서트, 2015년에는 연극이 혼공족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뮤지컬 중에서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작품’일수록 혼공족이 몰리는 경향이 컸다. CJ E&M 박종환 홍보팀장은 “열정적인 마니아 관객들이 몰리는 뮤지컬 ‘햄릿 얼라이브’의 경우 1인 1티켓 구매 비율이 25%, ‘서편제’와 ‘시라노’의 경우 23%에 달했다”며 “킹키부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대극장용 유명 뮤지컬 역시 혼공족의 비율이 7~10% 정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뮤지컬 ‘시카고’의 제작사 신시컴퍼니 최승희 홍보팀장도 “과거와 달리 대중적인 작품에서도 혼공족들이 비율이 늘고 있다”며 “스테디셀러작 ‘시카고’의 경우 한 회당 1인 1티켓 구매자 비율이 8~10%에 이른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흥행 상위 10개 영화 중 1인 관객(혼영족) 비율 2위를 차지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혼자 영화를 보는 ‘혼영족’ 들이 선호하는 영화는 마니아층을 거느린 액션 히어로 시리즈물이나 범죄영화 등 청소년불가관람영화가 많았다. CGV리서치센터가 2017년 7월~올해 5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관객 수 기준 상위 10개 영화의 1인 관객 비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벤져스:인피니티 워’(18.3%), ‘킹스맨:골든 서클’(17.3%), ‘스파이더맨:홈 커밍’(16.1%) 등 마니아층이 두터운 시리즈 영화일수록 혼영족의 비율이 높았다. 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범죄도시의 1인 관객 비율이 19.5%로 상위 10개 영화 중 가장 높은 혼영족 비율을 기록했다. 반면 가족이나 전 세대를 겨냥해 1000만 관객이 본 흥행작 ‘신과함께-죄와벌’(13.5%)이나 ‘택시운전사’(13.5%)는 상대적으로 혼영족 비중이 낮았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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