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공소남닷컴] 클래식&뮤지컬 부부 안갑성·김민주 “우린 서로의 선생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6월 22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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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안갑성(오른쪽)·뮤지컬배우 김민주 부부.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성악가 안갑성(오른쪽)·뮤지컬배우 김민주 부부.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부부로 만난 클래식과 뮤지컬, 성악가 안갑성·뮤지컬배우 김민주

‘어쌔신’ ‘위대한 캣츠비’ 김민주씨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안갑성씨
“서로에게 절실한 연기·노래 선생님”


해가 쨍쨍하다. 분수 쇼 음악이 귀에 왕왕 울렸다. 손그늘을 만들어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두 사람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안갑성·김민주 부부가 오늘 인터뷰의 게스트이다. 남편 안갑성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독일 베를린국립음대를 나와 유럽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한 성악가(바리톤)이고, 아내 김민주는 ‘싱글즈’,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헤어스프레이’, ‘맨 오브 라만차’, ‘모차르트 오페라 락’, ‘어쌔신’, ‘위대한 캣츠비’ 등에 출연한 뮤지컬 배우다. 같은 듯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안·김 부부와의 인터뷰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영상촬영과 함께 진행됐다. 오페라와 뮤지컬이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다. 세 사람 모두 야외 테이블에 앉아 푸드트럭에서 사온 아이스커피를 홀짝였다.

2015년에 화촉을 밝힌 안·김부부가 ‘썸’을 타게 된 계기는 뮤지컬이었다. 때는 결혼 2년 전인 2013년. 오페라 가수 안갑성에게 처음으로 뮤지컬 출연기회가 주어졌고, 제목은 ‘쌍화별곡’이었다. 안갑성은 주인공 원효를 맡았는데 상대역인 요석공주가 눈 크고 늘씬한 미녀배우 김민주였던 것. 당시 ‘쌍화별곡’은 중국 4개 도시를 돌며 공연을 했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만남도 깊어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안갑성은 김민주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틀림없이 여성이라면 홀딱 반할 바리톤의 굵직한 저음으로 무게를 잡았을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DNA가 탐이 나오.”

김민주는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과를 나왔다. 공연담당 기자를 10년이나 했지만 아직까지 한체대 출신 배우를 본 기억이 없다. 김민주도 “뮤지컬 하면서 한 번도 동문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김민주의 작은 아버지가 중견 뮤지컬배우 김덕환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친척 덕 봤다”라는 말이 듣기 싫어 최근까지 꽁꽁 숨기고 산 탓이다. 작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뮤지컬 공연을 보러 다녔던 김민주는 고등학교 시절 ‘페임’을 보고 문화적 충격에 빠졌단다. 대학을 들어간 후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 춤을 배우러 다녔고, 3학년이 되자 휴학을 하고 ‘그리스’ 오디션을 보러 갔다. 그 이후는, 보다시피 이렇게 배우로 살고 있다. “예체능을 겸비한 최고의 신부가 아니냐”고 하니 안갑성이 웃는다. 어깨가 쭈욱 펴진다.

성악가 안갑성(오른쪽)·뮤지컬배우 김민주 부부.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성악가 안갑성(오른쪽)·뮤지컬배우 김민주 부부.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뮤지컬배우(최근엔 ‘금강, 1894’라는 작품에 출연), 공연기획자로 활동 영역을 넓히던 안갑성은 모처럼 ‘본업’으로 돌아간다. 6월28일부터 7월1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에서 남자주인공 ‘다닐로’를 맡았다. ‘뮤지컬보다 더 재밌는 오페라’라는 별명이 붙은 작품이다. 빈 스타일 오페레타의 결정판이라고나 할까.

두 사람은 인생이란 긴 여행의 동반자이자 서로에게 절실한 연기와 노래선생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만큼이나 다른 듯 닮은 ‘클래식별에서 온 남자’와 ‘뮤지컬별에서 온 여자’가 사는 법. 예쁘고 신기하다. 조금은 배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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