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다빈치는 ‘미루기’ 달인… 꾸물거리며 영감 얻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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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기의 천재들/앤드루 산텔라 지음·김하현 옮김/240쪽·1만3800원·어크로스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 등 수많은 걸작을 남긴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 오늘날 우리는 르네상스를 이끈 다빈치의 수많은 작품을 보며 감탄하기 바쁘지만 당시 그를 고용한 사람들이 궁금했던 것은 단 하나였다. “과연 다빈치가 약속한 날에 일을 마칠 것인가.”

자신만만하게 약속했다가 낙심하고 미루기를 반복하는 게 다빈치의 특징이었다. 심지어 ‘암굴의 성모’는 7개월 안에 그림을 완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5년이 걸렸다. 생전에 완성한 그림이 20점뿐이었던 다빈치는 임종 직전 “아무것도 끝내지 못했어”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문학, 미술, 건축,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들이자 미루기의 달인이었던 거장들의 자취를 소개한다. 1838년 “모든 종은 변화한다”는 메모를 남긴 후 21년이 지난 1859년이 되어서야 ‘종의 기원’을 출간한 영국의 과학자 찰스 다윈(1809∼1882), 8개월 동안 소포 보내기를 미루다가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다루는 행동경제학의 대가가 된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아서 애컬로프(79) 등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저자는 역설적으로 ‘미루기’가 위대한 역사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불안과 초조함이 창작의 연료가 되고, 꾸물거리고 빈둥거리는 시간은 창조적 영감의 원천이라는 것. 끊임없이 ‘더 빨리, 더 많이’를 요구받는 현대 사회에서 나만의 속도로 살아갈 힘을 주는 유쾌한 기술을 알려준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미루기의 천재들#앤드루 산텔라#레오나르도 다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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