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독일 시민들은 왜 히틀러를 지도자로 뽑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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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늑대들의 정치학/함규진 지음/396쪽·1만7800원·추수밭

어스름 무렵 저 멀리서 다가오는 건 개(시민의 충복)일까, 늑대(독재자)일까?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친 선거 11개를 살핀 책이다.

독재자는 민중의 환호와 지지를 바탕으로 출현한다. 물론 처음부터 독재를 내거는 일은 드물다. 이들은 충돌하는 계급과 집단 사이에서 ‘나야말로 구원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대중은 그의 말이 달콤해서, 또는 그가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표를 던진다.

실제로 1848년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루이 나폴레옹은 삼촌인 나폴레옹 1세의 후광을 업은 한편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를 지시한 ‘인간 백정’ 카베냐크의 당선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이들의 표도 얻어 당선됐다. 루이 나폴레옹은 1852년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1933년 히틀러가 바이마르공화국의 총리가 된 데도 “공산당의 득세를 막아야 한다”는 자본가들의 지지가 한몫했다.

책의 서두는 로마의 공화정을 무너뜨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차지한다. 기원전 60년 집정관 선거에서 정치적 기반이 약하던 카이사르는 서로 견제하던 폼페이우스와 크라수스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그는 공직자법과 농지법을 바꿔 평민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았지만 폼페이우스와 벌인 내전에서 승리하면서 독재자가 된다. 애당초 그를 집정관으로 선출한 건 크라수스의 돈을 받고 ‘카이사르에게 한 표를!’이라고 외치는 유세꾼들에게 이끌린 시민들이었다.

그렇다고 선거가 ‘개’를 고르는 데 꼭 실패하는 건 아니다. 1860년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은 중도파에다 세력도 약했지만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역전극을 벌여 대선 후보가 됐다. 3년 뒤 그는 노예 해방을 선언했다.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인 저자는 “선거로 선택받은 이가 진정 가장 나은 자였는지는 나중에야 알 수 있다”며 “시민들은 늑대에게 속지 않도록 주의하고, 개가 날뛰지 못하도록 목줄을 꽉 붙잡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개와 늑대들의 정치학#함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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