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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고요하거나, 자유롭거나… 삶을 보듬는 두가지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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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고요하거나, 자유롭거나… 삶을 보듬는 두가지 사유

조종엽 기자 입력 2018-12-08 03:00수정 2018-12-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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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혜민 지음/272쪽·1만5000원·수오서재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김영민 지음/344쪽·1만5000원·어크로스
혜민 스님(왼쪽 사진)은 3년 만에 신작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을 펴내며 “우리 안에 있는 고요함과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했다. 오른쪽 사진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칼스버그 미술관에 전시된 고대 석관. 칼럼 모음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 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생각하는 이 책의 이미지다. 동아일보DB·어크로스 제공
시린 바람 부는 연말, 되새겨 읽어볼 만한 에세이 두 권이 잇따라 나왔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남 인생 간섭하는 것은 입만 있으면 된다.”

혜민 스님이 3년 만에 출간한 에세이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에 담은 일침이다. 그는 무작정 ‘괜찮아’라고 위로하기보다, 괜찮아지려면 어떤 마음가짐과 행동을 해야 하는지 조근조근 들려준다. 그래서 그의 글을 ‘힐링 에세이’로 부르는 건 절반만 맞다. 문장은 때로 채찍이다. “어른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든지 안 하든지 둘 중에 하나지 그냥 노력하겠다는 말로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마라’.”

저자 스스로 오래도록 곱씹으며 고민한 흔적과, 독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세에서 묻어나오는 진심은 조언에 무게감을 더한다. 읽다 보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 숲길을 걷는 듯하다. 저자는 말한다. ‘나도 그랬다.’ 어릴 적 형편이 나았던 큰아버지 댁에만 가면 ‘피아노가 놓인 방’에 질투가 나 우울했던 이야기, 유학 시절 룸메이트와 사소한 일로 갈등하다가 싸우고 멀어진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을 낸 뒤에도 저자는 꾸준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중과 고민을 나누며 호흡해왔다. 그만큼 내공은 깊어졌다. ‘멈추면…’의 제목이 불교 수행용어 ‘지관(止觀)’을 현대어로 풀었듯이 이번 책의 제목은 ‘적적성성(寂寂惺惺·고요함 가운데 깨어 있음)’을 풀었다고 한다.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역시 제목에서 만만치 않게 ‘깨달음’의 냄새를 풍긴다. “우리는 시체를 짊어지고 다니는 불쌍한 영혼들에 불과하다”는 로마 철학자의 말을 인용한 프롤로그만 보면 이것도 스님의 책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 사실 저자는 칼럼 ‘추석이란 무엇인가’로 올 추석 SNS를 뜨겁게 달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다. 책은 주로 칼럼을 모았고, 영화 비평이나 인터뷰도 담겼다.

정치사상 연구자에게 질서가 당연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 얼핏 봐서는 논지를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그의 문장은 독자가 당연해 보이는 것을 삐딱하게 보도록 이끈다. 그는 샤워하다 발견한 자신의 뱃살을 들여다보다가 ‘적대를 일삼는 이 사회의 정치언어는 사실 모두가 한패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심장도 머리도 뱃살처럼 지방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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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삐딱함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의 또 다른 모습이다. “부고는 늘 죽음보다 늦게 온다. … 나와 공동체는 이미 죽었는데 현재 부고가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뿐. …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자신의 생과 이 공동체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다.”(책과 제목이 같은 칼럼에서)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혜민 스님#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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